한국전력공사가 상반기 전기요금 개편을 내놓을 때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을 원가에 맞춰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별도의 전용 전기요금체계가 만들어질지 중소·중견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31일 한국전력공사와 전력산업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주택용 전기요금이 누진제 완화 등의 혜택을 받아 처음으로 산업용보다 싸게 부과된 통계결과가 나오면서 앞으로 한국전력이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전력의 ‘2019년 11월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2019년 1~11월 산업용 전기요금은 평균 kWh당 105.8원이고 주택용 전기요금은 104.8원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이 산업용보다 1원 싸졌다.
일반적으로 생산공장 등에 공급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소비계층인 주택용 요금보다 낮게 책정된다. 경제발전을 위해 산업현장에 싼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이중가격제를 채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2019년 여름철부터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 적용 완화 등 인하요인이 발생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에는 별다른 혜택이 부여되지 않으면서 주택용 전기요금이 산업용 전기요금보다도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기본 전기요금체계를 기반으로 실제 전력이 판매된 양과 얻은 수입,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등 부가적 혜택을 종합해 통계를 내 보면 kWh당 전력 판매요금은 변동된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으로도 계속 7월과 8월의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200kWh부터 누진요금을 적용하던 데에서 완화해 300kWh부터 누진요금을 매기는 정책을 고수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전력은 주택용 전기요금 혜택이 많아 산업용과 역전현상까지 나오는 전기요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전력이 적자를 보고 있는데 인하혜택이라는 부담만 계속 더해지면 적자 누적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원가보다 싸게 책정된 전기요금의 왜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용에 완화혜택을 준 것을 바로 원상태로 되돌려 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비정상적 요금들이라도 우선 바로잡아야겠다는 뜻을 담고있기도 하다.
한국전력이 2019년에도 2018년에 이어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020년 영업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계속 나오고 있다.
민사영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30일 “한국전력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주가가 상승하려면 전기요금 인상이 필연적”이라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은 상반기 전기요금 개편 때 원가 이하로 받고 있는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부터 원가에 맞춰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받는 것은 너무 저렴하다고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은 kWh당 52.8원에서 66.4원으로 책정된다. 최대부하 요금과 비교하면 28.4%에서 많게는 49.5%까지 차이가 난다.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구매하는 전력 구입단가(SMP)는 2019년 1월~11월 평균 89.93원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에서는 전력 구입단가의 60% 정도만 회수하고 있는 셈이다.
김 사장은 201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전기요금체계 개편에서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 조정, 연료비 연동제 도입,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폐지 등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그러나 곧바로 이 제도들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자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전기요금 혜택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요청도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30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중소·중견기업 관계자들은 성 장관에게 중소·중견기업 전용 전기요금제를 도입해 달라고 건의했다.
중소·중견기업 전용 전기요금제는 전력수요가 낮은 토요일 낮 시간대 등에 중부하 전기요금 대신 경부하 전기요금을 적용하고 전력예비율이 충분한 달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봄·가을 전기요금을 적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을 삼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 전용 전기요금제를 적용하면 중소제조업체 1개 회사 평균으로 한해 전기요금을 1595만 원 내던 것에서 12%(191만 원) 가량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