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는 왜 대표이사를 놓고 경쟁했던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을 사장으로 올려 사실상 투톱체제를 구축했을까?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구 사장이 박윤형 기업사업부문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대목을 놓고 '탕평책'을 폈다는 시선이 나온다.
▲ 구현모 KT 대표이사 회장 내정자(왼쪽)와 박윤영 KT 기업사업부문 부문장 사장. |
구 사장은 KT 다음 대표이사에 내정된 뒤 황창규 회장 단절과 승계를 요구받았는데 박 사장의 승진으로 균형점을 찾았다는 것이다.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 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사장,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 사장 등 이른바 '황창규 사단'으로 여겨지는 사장급 임원들이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조직 내부에 큰 동요가 없는 것도 박 사장의 '존재'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구 사장이 박 사장을 사장으로 발탁한 데에는 사업적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은 조직개편에서는 B2B와 인공지능 집중이라는 황 회장의 5G통신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B2B사업의 ‘전문가’인 박 사장을 새로 재편된 기업사업부문 부문장으로 선임하고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KT가 앞으로 B2B에 힘을 싣겠다는 뜻을 보여주는 데 최적의 인사가 될 수 있다.
박 사장은 이번 인사 전까지 KT의 B2B사업을 총괄해 왔으며 삼성의료병원, 현대중공업과 협력해 5G통신 B2B사업 분야에서 성과도 냈다.
‘투톱체제’가 구 사장의 ‘불법 정치자금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한쪽에서 나온다.
이사회는 구 사장을 KT의 다음 최고경영자로 확정하면서 ‘임기 중에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면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구 사장은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만약 구 사장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게 된다면 이사회에서 구 사장에게 사임 요구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만약 구 사장이 사임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KT는 리더십의 공백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 사장과 박 사장이 투톱체제를 통해 함께 KT를 이끌어 간다면 구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을 두고는 내부에서도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상무보급까지 보직 발령이 모두 나고 완전히 조직개편이 마무리가 되면 그 때 정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