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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왼쪽)가 지난해 4월 삼성전자 본사 사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을 만났다.<뉴시스> |
구글이 애플과 삼성전자의 소송에 발 벗고 나서 삼성전자를 지원하고 있다. 삼성이 부담해야 할 배상액의 일부를 대신 내줄 것이라고 밝히는가 하면 구글 부사장이 직접 법정에서 삼성전자를 옹호했다. 이 소송은 애플과 삼성전자의 싸움이 아닌 애플과 구글의 싸움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2차 특허소송 공판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구글의 변호사 맥카운은 이번 재판에서 삼성이 질 경우 배상액 일부를 구글이 부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이 삼성전자에 요구한 손해배상금은 우리 돈으로 2조3천억 원이다.
애플이 이번 소송에서 문제로 삼은 특허는 단어 자동완성 기능, 잠금해제 기능, 데이터 태핑(문서에 포함된 e메일이나 전화번호를 터치하면 자동으로 연결되는 기술), PC-스마트폰 간 데이터 동기화, 음성검색 관련 특허 등 5건이다. 삼성은 이 중 잠금해제를 제외한 나머지 4개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제조사인 구글이 나섰다. 이런 구글의 행동은 삼성전자와 우호적 관계 때문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계약에 따른 행동이다.
구글은 삼성전자와 맺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배포 계약'에 따라 책임을 질 의무가 있다. 계약 내용에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면서 생기는 법적 문제에 대해 구글이 삼성전자를 방어해주고 면책해줄 의무가 포함돼 있다.
이런 조항은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에 표준적으로 포함된다. 구글은 삼성전자를 방어해 주기 위해 록하이머 구글 부사장까지 직접 증인으로 나서 "안드로이드는 애플 아이폰을 베끼지 않았다"며 증언했다.
이번 소송은 오는 28일 최종 변론이 예정되어 있다. 따라서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가 되면 최종결과를 알 수 있다.
◆ 애플-삼성의 싸움 이후 애플-구글의 싸움
애플은 2011년에도 삼성전자에 소송을 걸었다. 삼성 갤럭시가 아이폰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우리 돈 2조8천억 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삼성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삼성전자에게 애플이 청구한 액수의 3분의 1 수준인 9900억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애플은 이번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를 걸고 넘어졌다. 애플이 특허소송 전략을 바꾼 배경에 대해 삼성전자가 아닌 구글을 노리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스티브 잡스는 평소 안드로이드를 "도난당한 상품"이라고 부르며 "구글과 핵전쟁을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 삼성의 탈 구글 행보 계속될까
삼성전자는 최근 탈 구글 행보를 보여 왔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대신 삼성전자의 독자적 운영체제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발표한 갤럭시 기어2에 안드로이드 대신 '타이젠'이라는 운영체제를 썼다.
타이젠은 삼성전자가 인텔 등 30개 기업과 공동개발한 운영체제다. 스마트폰은 물론 사물인터넷에도 적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는 그동안 멀티 운영체제 전략을 추구했는데, 앞으로 하나의 운영체제를 내세운다면 그 후보로 타이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젠이 안드로이드를 대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도 올해 출시된다. 삼성관계자에 따르면 다음 달을 목표로 러시아에서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이 러시아를 시작으로 브라질 등 신흥국에 타이젠폰을 내놓고 반응을 확인한 뒤 국내 판매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