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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
국내 1위 농자재회사인 동부팜한농 인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동부그룹이 동부팜한농 매각방식을 수의계약에서 공개경쟁입찰로 전환하면서 여러 기업들이 동부팜한농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7월 동부팜한농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는 20여 곳의 인수 후보군에게 투자설명서를 발송했다. 인수후보에 LG화학을 비롯해 롯데그룹 한화그룹 CJ그룹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팜한농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투자자가 보유한 지분과 김준기 회장이 보유한 지분 등 지분 전량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매각가격은 약 7천억~8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동부팜한농은 지난해 국내 농약시장 점유율 21.5%, 비료시장 점유율 16.6%를 기록해 각각 업계 1위와 2위에 올라있는 국내 최대 농자재기업이다. 동부팜한농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7127억 원, 영업이익 142억 원을 거뒀다.
동부팜한농은 올해 1분기에도 매출 2450억 원, 영업이익 467억 원을 내며 사상 최대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이 18.67%나 된다.
동부팜한농이 농자재사업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면서 인수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동부팜한농 몸값이 최대 1조 원까지 오를 것으로 점쳐지면서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오른다.
동부팜한농 인수후보로 첫손 꼽히는 곳은 LG화학이다. LG화학은 동부팜한농 인수에 대한 관심을 우회적으로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27일 동부팜한농 인수 추진을 부인했다. 그러나 업계에서 LG화학이 동부팜한농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LG화학은 이미 노무라금융투자를 인수자문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인수합병에 소극적이다. LG그룹은 지난해 3월 미국 수처리회사인 나노H2O를 2억 달러에 인수한 뒤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LG화학이 동부팜한농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사업을 다각화하고 안정적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바스프와 다우케미칼, 듀폰 등 세계적 화학회사들은 대부분 농자재사업을 하고 있다. 화학사업이 유가와 국제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비해 농자재사업은 안정적 실적을 낸다는 장점도 있다.
LG화학이 동부팜한농을 인수할 경우 농약의 주요 원료인 원제사업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원제를 생산하는 곳은 LG그룹 계열사인 LG생명과학과 동부팜한농뿐이다. LG그룹이 두 곳을 다 손에 넣으면 세계 원제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화학기업들과 경쟁할만한 기반이 갖춰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LG화학은 1분기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48.4%에 지나지 않을 만큼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다. 현금과 현금성자산도 1조4176억 원으로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동부팜한농을 인수해도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받는다.
롯데케미칼을 거느리고 있는 롯데그룹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처리사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경쟁사에 비해 석유화학 의존도가 높아 신규사업 발굴이 절실하다.
롯데케미칼이 동부팜한농을 손에 넣을 경우 수익처를 다변화할 수 있어 동부팜한농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에서 동부팜한농을 인수할 경우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롯데리아 등 식품사업부문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동부팜한농은 자체 개발한 농산물 종자가 600여 개나 되며 국내 종자시장에서도 1위에 올라 있다.
롯데그룹이 최근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대형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CJ그룹도 동부팜한농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의 식품사업과 시너지를 낼 뿐 아니라 CJ제일제당의 ‘그린바이오’ 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J제일제당은 라이신 등 사료용 아미노산 부문에서 세계1위에 올라있다.
CJ그룹이 동부팜한농을 인수하면 글로벌 그린바이오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CJ그룹 역시 이재현 회장이 재판 중에 있고 건강이 좋지 않아 오너 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화그룹이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화학과 방산계열사를 인수하고 면세점 사업을 확대하는 등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은 걸림돌이다.
이밖에 대상그룹, 사조그룹, 하림그룹, KT&G 등 중견기업들도 동부팜한농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나 H&Q 등 사모펀드도 잠재적 인수후보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