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학 기자 jhyoon@businesspost.co.kr2019-11-11 15: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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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기업결합심사에서 한 산업 내부만 보지 않고 융복합산업을 함께 포함해 넓은 틀에서 공정경쟁 환경을 고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조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위가 3년 전과 달리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LG유플러스-CJ헬로 사이의 기업결합 심사를 한꺼번에 승인한 것은 유료방송시장을 두고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기업과 경쟁구도를 함께 고려한 결정으로 파악된다.
공정위는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건을 놓고는 통신사와 유선방송사업자 사이의 결합이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는 등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3년 전과 다르게 아날로그 케이블TV시장이 줄어들고 있고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기업의 진출을 앞두고 국내 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신사와 케이블TV의 결합을 승인해도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 구조가 훼손되지 않는 것으로 바라봤다는 것이다.
애초 이번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LG유플러스-CJ헬로 사이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결합기업 사이 교차판매 금지가 주요 승인조건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조 위원장은 교차판매를 전면 허용해도 유료방송시장에서 독과점 우려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디즈니와 애플 등 글로벌 대기업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에 참여하면서 국내 유료방송시장에서도 거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기업들과 경쟁에 대응해야 하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등 상위 3개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기업의 2018년 콘텐츠 투자금액은 약 25조 원에 이르며 앞으로 디즈니, 애플, HBO 등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에 진출하며 연간 36조 원 이상을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는 전통적 방송 산업구조인 콘텐츠–유통–소비를 해체하고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단말기가 다양하게 얽혀있는 구조로 변화시키고 있어 유료 방송시장은 융복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디지털 위주로 재편된 유료방송시장 변화를 이번 기업결합 심사의 주요 판단요인으로 뒀다.
조 위원장은 8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연 브리핑에서 2016년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 불허 당시와 차이에 관해 "과거에는 하나의 시장으로 볼 수밖에 없었지만 시장이 디지털 중심으로 개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료방송시장이 디지털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통신사의 인터넷TV 가입자 수는 케이블 유선방송사업자(SO) 가입자 수를 추월했다”며 “과거 유료방송 시장이 아날로그·8VSB(지상파의 디지털TV 전송방식)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원하는 프로그램을 유료로 구매하는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공정위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LG유플러스-CJ헬로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국내 유료방송시장의 지배구조가 KT와 함께 3강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케이블TV 수신료 상승폭이 물가 상승률을 넘지 못하게 하고 케이블TV 전체 채널 수를 임의로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시정조치만 포함시켰다.
유료방송 기업결합이 최종 마무리되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조 위원장은 "경쟁 제한성을 이유로 기업결합을 불허하기보다 다른 조치를 통해 경쟁 제한성 문제를 해결하고 대신 구조적 문제로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위가 이 문제를 함께 바라보는 게 소비자 피해는 구제하면서 혁신을 불러들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10일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두고 “방송통신은 4차 산업혁명의 여러 기술적 요소가 모이고 그게 비즈니스모델이 되는 산업 중의 하나”라며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은 단순히 방송통신시장뿐 아니라 한국경제 전체 방향성에 중요한 신호를 보낸 일대사건"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