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유료방송시장에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의 추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5일 미디어업계에 따르면 경쟁사들이 유료방송시장에서 KT의 점유율을 매섭게 추격하고 있지만 KT는 1위 수성을 위해 마땅히 대응할 방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최근 인수합병(M&A)을 통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는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달리 KT는 국회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의 덫에 걸려 꼼짝달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KT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존 고객들의 이탈을 막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개인화' 전략 역시 이런 측면에서 KT의 고민이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KT는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인화를 최근 미디어 소비행태의 트렌드로 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3가지 방안(UHD4, 인공지능 큐레이션, 슈퍼VR TV)을 내놨다.
UHD4와 인공지능 큐레이션은 편의성 강화를 통해 현재 KT의 인터넷TV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서비스업체 교체를 고민하고 있는 경쟁사의 고객들을 KT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이다.
슈퍼VR TV는 TV를 사기가 부담스러운 1인가구에 인터넷TV는 물론 가상현실까지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제공해 이들을 KT의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KT 관계자는 "경쟁사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점유율을 늘리는 것이 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보고 있지만 KT의 길은 조금 다르다”며 "시장은 인터넷TV시장의 포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개인화에 초점을 맞추면 인터넷TV시장의 성장성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KT는 인터넷TV의 근본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자체제작 콘텐츠를 강화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KT는 최근 미국의 유명 미디어기업 디스커버리와 손잡고 자체 제작 콘텐츠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KT는 디스커버리와 합작해 콘텐츠 제작회사를 설립한 것이 인터넷TV,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모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킬러콘텐츠’를 만들어 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디스커버리와 공동 스튜디오를 설립한 데에는 KT가 단순한 플랫폼사업자에서 벗어나 콘텐츠 제작에도 힘을 쏟겠다는 의미가 있다”며 “양질의 자체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것이 결과적으로 KT가 롱런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KT는 2018년 말 기준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 31.07%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은 각각 14.32%, 11.93%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각각 티브로드, CJ헬로를 인수하기 위한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인수작업이 완료되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단순 합산으로 23.92%, 24.54%가 된다. 점유율 차이가 단숨에 좁혀지는 셈이다.
하지만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시작되면서 인수합병(M&A)을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란 1개 사업자가 케이블TV와 인터넷TV, 위성방송 시장의 합산 점유율이 33.33%(1/3)을 넘지 못하게 제한하는 규제로 2018년 6월 일몰됐지만 국회에서 재도입 논의가 길어지면서 KT는 추진하고 있던 딜라이브 인수를 잠정 중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