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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가운데), 정지선 현대백화정그룹 회장(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시게 됐다. <뉴시스> |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전은 사실상 국내 재벌 오너들의 대리전이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전에서 쓴잔을 마셨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의 20년 숙원을 풀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정지선 회장은 면세점 진출을 통해 현대백화점그룹 유통사업의 정체에서 탈출구를 찾으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태원 회장은 옥중에서도 서울 시내면세점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유통채널 퍼즐 맞추기 실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면서 면세점사업을 강화해 유통채널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 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신세계그룹은 그동안 신세계조선호텔을 통해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면세점, 김해공항 출국장 면세점,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159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지난해 김해공항과 인천공항 면세점의 연간 임대료로 각각 641억 원과 810억 원을 낸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 부회장은 이번에 서울 시내면세점 진출을 통해 면세점사업의 수익성도 개선하고 유통채널도 완성하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서울 시내면세점 후보로 신세계백화점 명동본점 본관을 선택할 정도로 의욕을 보였다.
정 부회장은 “한국경제가 미래에 성장하려면 서비스산업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본점 본관의 부지선정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선택은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결과적으로 신세계그룹이 탈락하는 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세계그룹 명동본점은 근처에 롯데면세점이 있어 수요가 겹치는 데다 극심한 교통체증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정 부회장은 오는 11월 특허권이 만료되는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지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이 오는 12월 열리는 기존 서울 시내면세점의 특허권 재입찰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정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대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 정지선, 공격경영에 제동 걸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그동안 현대백화점그룹의 유통사업을 공격적으로 넓혀왔다. 정 회장은 시내면세점 입찰전 승리를 통해 이런 공격경영에 화룡점정을 찍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정 회장은 다른 후보기업들과 달리 서울 강남지역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웠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선정될 경우 면세점에서 얻은 영업이익의 2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파격적 계획도 내놓았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을 경영한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넘지 못했다. 또 현대백화점그룹이 선정한 면세점 후보지가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면세점 코엑스점과 월드타워점이 있는 것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호텔신라가 범현대가인 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고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선두권을 형성한 상황에서 현대백화점그룹에게 나머지 한자리를 줄 경우 범현대가에 서울 시내면세점을 모두 주게 되는 점도 현대백화점그룹의 점수를 깎아먹은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일단 이미 문을 연 김포 프리미엄 아울렛과 오는 8월 말 문을 열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현대백화점그룹의 유통사업 역량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 유통사업이 성장정체를 겪는 상황에서 정 회장이 면세점사업 진출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에 설립한 합작법인 현대DF를 통해 올해 12월 열리는 기존 서울 시내면세점의 특허권 재입찰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 최태원, 옥중에서 의지 보였지만 쓴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전에서 기대를 걸었으나 성과를 손에 쥐지 못했다.
SK그룹은 자회사 SK네트웍스를 앞세워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과정에 참여했다. SK네트웍스는 서울 워커힐호텔 면세점을 20년 이상 운영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옥중에서도 SK네트웍스의 면세점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KT렌탈 인수 실패에 이어 면세점사업에서도 고배를 마시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다시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최 회장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면서 오너들이 직접 나선 다른 후보들을 SK그룹이 이기기 힘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전 초기만 해도 SK네트워크가 유력후보로 꼽히기도 했지만 SK네트웍스의 입찰전 여론전은 다른 그룹에 비해 한참 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