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대립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일본언론들이 바라봤다.
일본 기업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등의 영향을 받아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 아사히신문 등 일본 주요 일간지들이 28일 1면 기사로 일본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아사히신문은 28일 “한국과 일본 정상은 지금이야말로 과열된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중장기 국익을 봐야 한다”며 “대화를 피하지 않고 (두 나라 사이)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 뒤 한국과 일본 정부가 외교에 경제나 안보를 엮는 ‘금지된 수법’을 모두 쓰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바라봤다.
이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민간 경제활동이 타격을 서로 받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관광업계에서 일본에 역풍이 불고 있는 사례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예컨대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항과 한국 부산을 연결하는 페리선의 한국인 이용자 수는 8월 중순 기준으로 2018년 같은 기간보다 70% 줄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면서 한국과 일본 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일을 피하기 힘들어졌다”고 내다봤다.
한국이 국내 산업을 강화하면서 ‘탈(脫)일본화’를 서두르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바라봤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탈일본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
문재인 정부는) 일본에 대화를 요청하는 한편 일본의 반응이 없으면 구조개편을 단번에 진행할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봤다.
지지통신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면서 벌어진 한국과 일본의 갈등사태가 수습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바라봤다.
한국에서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이 거세게 펼쳐지고 있는 데다 한국 정부가 한국-일본 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 종료를 결정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지지통신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동맹국가로부터도 ‘한일관계가 위험한 국면에 들어갔다’고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NHK는 한국과 일본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한국과 거래 관계인 일본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 후쿠오카 지역의 상사 ‘야시마산업’은 7월 기준으로 한국 매출이 2018년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야시마산업은 해외 매출의 25%를 한국에서 거두고 있다. 일본 정부가 7월에 수출규제를 강화한 반도체 소재품목 3개를 다루지 않았는데도 매출 하락폭이 컸다.
NHK는 야시마산업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과 일본의 대립이 이 정도로 경제에 영향을 미친 일은 처음”이라며 “한국에서 일본제품이 쓰이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위기감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