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예탁결제원‘2019년 하반기 CEO주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전자증권시스템 안착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전자투표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이 사장은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19년 하반기 CEO 주관 기자간담회’에서 “전자증권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취임할 때부터 최대 과제였다”며 “올해 말 임기가 끝날 때까지 현안 과제를 충실하게 마무리하는 것에만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증권제도는 실물증권없이 전자시스템을 통해 권리를 양도하거나 행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실물증권 관리비용 절감에 따라 발행·예탁서비스 수수료가 낮아지고 결제수수료도 떨어져 한해 130억3천만 원 가량의 거래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사장은 “이번주부터 전자증권 시스템으로 이행 작업을 시작해 추석연휴에 작업을 마친 뒤 16일에 개시할 것”이라며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홍보를 실시해 새 제도 도입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23일 기준으로 상장주식의 99.4%, 비상장주식의 81.2%가 전자증권으로 이미 전환됐다.
이와 함께 외화증권 투자시스템과 관련된 제도도 손본다.
내국인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7월 기준으로 418억 달러(50조7117억 원)로 1년 전보다 16.7% 늘었고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1005억 달러(121조9266억 원)로 같은 기간에 58.5% 불었다.
이 사장은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외화증권 투자지원 서비스 개선과제를 마련해 이를 바탕으로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주식 거래 과정에서 주식 보관기관의 과실로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행하면 배상을 요구할 수 있게 특약을 맺도록 하고 외화증권 결제처리도 수작업에서 자동으로 바꾼다.
지난해 5월 발생했던 ‘해외 유령주식’ 사건과 같은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당시 유진투자증권을 통해 거래한 주식투자자가 실제 보유한 주식보다 더 많은 주식을 매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 원인은 미국에서 이뤄진 주식병합 사실이 국내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이 관심을 크게 보이고 있는 미국과 홍콩, 중국, 베트남, 유럽 5개국(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의 외화증권 결제수수료도 평균 11% 낮춘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 전체적으로 한해 8억 원 가량의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한국예탁결제원은 예상했다.
전자투표시스템과 관련해 한국예탁결제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등이 무료 전자투표시스템을 내놓은 만큼 이들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사장은 “해외 사례를 보면 금융투자사가 전자투표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거의 없으며 주로 대행기관이나 예탁결제원 등이 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라며 “여러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전자투표를 향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일종의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과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예탁결제원은 2011년부터 시스템을 운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시장에서 신뢰도, 공정성을 평가받아 온 만큼 앞으로도 전자투표 제공기관으로서 위상을 확보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은 두 단계로 나눠 전자투표시스템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올해 10월부터 내년 4월까지 ‘1단계’ 고도화 사업을 진행한다. 이 기간에 의사결정 지원 통계시스템 마련 및 세이브로, 크라우드넷 등 대국민 서비스 플랫폼의 표준화 등을 추진한다.
내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는 ‘2단계’ 고도화 사업으로 챗봇 상담시스템과 이용자 대상 설문시스템, 사용자 인증수단 추가 도입 등을 진행한다.
이 밖에 이 사장은 부산증권박물관 개관, 전산센터 재구축, 혁신기업 지원 강화 등을 하반기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