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은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김해신공항을 취소하고 새로운 동남권 신공항을 추진하고 있는데 김해공항이 커퓨타임 완화를 통해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동남권 신공항 추진의 명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공항 소재지로 소음 피해를 받는 부산 강서구에서 커퓨타임 완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오 시장에게 부담이다.
국토부는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김해공항 커퓨타임에 관한 해명자료를 냈다.
국토부가 7일 부산시, 부산 강서구, 김해시 등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을 모아 김해공항 커퓨타임 완화를 논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김해 시민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해시 일부 지역은 김해공항의 항공기 소음피해를 겪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혼잡한 김해공항의 수용능력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커퓨타임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소음피해지역 주민들과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하는 만큼 주민 및 지자체 등과 협의를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사회에서는 국토부가 커퓨타임 완화를 제안한 데는 김해신공항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말이 나온다.
김해시신공항대책민관정협의회 등 김해 시민단체들은 19일 김해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김해신공항의 적정성을 검증해 동남권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하고 예민한 시기”라며 “이런 때에 김해공항의 커퓨타임을 완화하자는 것은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해서 무늬만 국제공항으로 만들고 주민의 소음피해는 더욱 심해지는 문제점을 감추려는 저의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018년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1천만 명을 넘어 연간 수용능력 630만 명을 한참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항공 노선을 확대하는 데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오 시장 등 부산·울산·경남 단체장과 국토부는 이런 김해공항의 포화상태를 해결하는 방법을 두고 평행선을 그려왔다.
국토부는 기존 김해공항에 활주로와 공항시설을 추가해 확장하는 김해신공항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오 시장은 김해신공항이 소음에 따른 커퓨타임으로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한 만큼 새로운 관문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김해공항의 커퓨타임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다.
현재 김해신공항사업은 부산·울산·경남 단체장들의 요청에 따라 국무총리실로 이관돼 재검증 절차에 들어갔다.
▲ 김해시신공항대책민관정협의회 등 김해 시민단체들은 19일 김해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의 김해공항 커퓨타임 완화 제안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가 검토하는 커퓨타임 완화가 이른 시일 안에 성사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김해시, 부산시 등 항공기 소음피해를 겪는 지자체들의 의견을 외면하고 커퓨타임 완화를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커퓨타임이 적용되는 지금도 소음피해 민원이 잇따르는데 지역민들이 순순히 찬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오 시장은 안심하기 어렵다. 김해공항 소재지로 주요 소음피해지역인 부산 강서구가 커퓨타임 완화에 찬성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강서구는 7일 국토부와 회의에서 ‘커퓨타임 완화에 따른 이익금을 주민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전제로 커퓨타임 완화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 관계자는 “김해공항의 포화상태를 해결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을 뿐”이라며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로 김해신공항사업에 관한 오 시장과 강서구 사이 대립구도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노기태 부산 강서구청장은 오 시장이 김해신공항을 취소하고 새로운 동남권 관문공항을 추진하는 것에 지속해서 반대해왔다.
오 시장은 김해신공항사업 재검증이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시 내부 여론을 다독이며 재검증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물밑작업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실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재검증 관련 설명회를 연다. 검증기구 명칭, 구성원, 일정 등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