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이 아시아나항공의 안전시스템이 미흡하다고 보도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안전문제가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일부는 비행 스케줄에 따른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 “아시아나항공 안전 시스템 미흡”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 “아시아나항공이 안전전문가를 영입했지만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
|
▲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
아시아나항공은 2013년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착륙사고가 발생한 뒤 국제 항공업계 전문가인 야마무라 아키요시 부사장을 안전분야 총책임자로 영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야마무라 부사장에게 조종사를 채용하고 해고할 권한이 없으며 안전 관련 조치를 제안할 권한만 있는데 이 권한도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야마무라 부사장이 설치한 안전 핫라인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전 핫라인은 안전을 개선할 수 있는 제안을 익명으로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안전 핫라인을 통해 안전문제를 제안해도 야마무라 부사장이 제안을 실행할 권한이 없다고 생각해 조종사들이 이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반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야마무라 부사장이 CSO(Chief Safety Officer)로 최고경영자인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안전 관련 사항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며 “인사권과 처벌권도 회사의 인사시스템과 절차에 따라 행사되는 것이지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야마무라 부사장을 영입한 이유가 개인에 대한 처벌이 아닌 안전시스템 개선에 있는 만큼 앞으로 안전운항과 관련된 다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운항승무원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조종사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EBT(Evidence Based Training)를 도입하기로 했다.
◆ 조종사 노조, 지속적으로 피로 호소
야마부라 부사장의 역할에 대한 문제는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소속 항공기가 히로시마공항에서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를 낸 직후에도 제기됐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게시판에 “샌프란시스코 사고 뒤 무엇이 바뀌었나”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조종사는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 뒤 안전담당 전문가인 일본인 부사장이 영입됐지만 인사권이 없어 제도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부사장이 의욕적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외부출신이라는 이유로 회사 내에서 의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은 또 회사가 위험한 비행 스케줄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게시판에서 최근 진행된 피로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조종사들이 무리한 비행 스케줄에 따른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에 395명의 조종사들이 참여했는데 ‘24시간 동안 6회 이상의 이착륙으로 운항도중 경미한 실수를 경험했거나 할 뻔한 경험이 있는 지’를 묻는 항목에서 ‘그렇다’고 대답한 조종사가 267명, ‘없다’고 대답한 조종사가 128명이었다.
또 같은 상황에서 중대한 실수를 했거나 할 뻔한 경험이 있는 지를 묻는 항목에서도 ‘있다’고 대답한 조종사가 150명이나 됐다.
조종사가 생각하는 사고요인이나 잠재적 사고요인 가운데 가장 큰 요인으로 조종사가 부족해 불거지는 비행패턴에 대한 피로도(294명)가 꼽혔다. 또 조종사를 가장 피로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비행패턴(심야퀵턴 및 24시간 내 6회 이상 이착륙/연속되는 조출비행 등)을 지목한 조종사가 262명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들의 피로문제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현행 항공법상 ‘운항승무원의 휴식시간 없이 연속 24시간 동안 최대 비행근무시간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아시아나항공은 다른 국내외 항공사들과 마찬가지로 24시간 이내에 휴식을 취한 경우 5회 이상 이착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항공사의 이착륙 횟수에 대한 기준은 아시아나항공보다 느슨하다. 미국은 최대 7회, 유럽은 10회까지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규정에 휴식없이 최대 5회까지만 이착륙을 가능하게 하는 등 이착륙 횟수 제한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조종사 근무조건과 관련한 합리적 요구가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수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