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이 기대와 달리 비핵화 협상 결렬로 막을 내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로서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를 통해 북한과 미국 모두와 긴밀히 소통해 두 나라 사이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이 추가 대화 가능성을 닫은 것은 아니지만 비핵화와 경제제재 완화를 놓고 적지 않은 태도 차이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많은 고비를 넘어야 확고해질 것”이라며 “더 높은 합의로 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2월28일 북미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공감의 뜻을 표시하고 외교 경로를 통해 협의해 나가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정상회담의 구체적 의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한반도에서 평화경제의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라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방안도 미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부분적 경제제재 해제’를 주장한 북한의 기자회견 내용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거론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발언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용호 북한 외부상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말처럼) 전면적 경제제재 해제가 아닌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일부 경제제재 항목들만 해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1월1일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영변 핵시설 외에 다른 비밀 설의 존재도 들어 비핵화와 관련한 요구 수위를 높인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에 문 대통령으로서는 접점을 찾기 위해 미국과 북한 양측을 설득하는 작업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문 대통령이 앞으로 북한가 미국의 협상 재개를 위해 고려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을 20여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에도 문 대통령은 두 번째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카드를 꺼내 돌파구를 찾았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했다는 점과 김 위원장의 경호 등 여러 걸림돌이 있어 이른 시일 안에 답방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평양에 특사를 파견하거나 제3의 장소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역임하며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수행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문 대통령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박 의원은 사회관계망 서비스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경우에도 북미 양국은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된다"며 "지금은 문 대통령이 교착된 북미관계를 이어줄 세계에서 유일한 분"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