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지주 이사회가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구은행장 선임절차가 진통을 겪고 있다.
대구은행 이사회와 노조가 김 회장의 겸직방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DGB금융지주 이사회의 최종후보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지주는 11일 오후 4시부터 '자회사 CEO(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대구은행장 최종후보를 논의한다.
자회사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김태오 회장과 조해녕, 서인덕, 전경태, 하종화, 이담 등 사외이사 5명으로 꾸려졌다.
8일 회의에 이어 두 번째다.
DGB금융지주가 대구은행장 최종후보 1인을 결정하면 대구은행 이사회가 15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 최종후보 1인의 자격검증을 실시한 뒤 29일 주주총회를 열어 선임안을 확정한다.
그러나 8일 회의 이후 금융지주 이사회가 은행 이사회에 '
김태오 회장의 한시적 겸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은행 이사회에서 차기 행장후보로 추천한 박명흠 전 대구은행 부행장과 노성석 전 DGB금융지주 부사장을 놓고 자격검증을 실시한 결과 행장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은행 이사회는 바로 회의를 연 뒤 김 회장의 겸직에 반대하며 대구은행 출신 행장을 선임해야한다는 뜻을 지주 이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이 그동안 겸직 가능성을 일축하며 대구은행 내부출신 행장을 뽑겠다고 약속했던 만큼 대구은행 노조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김 회장과 지주 이사회가 약속을 깨려고 한다”며 “김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하면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때와 마찬가지로 권력이 독점돼 고객의 신뢰 회복이 요원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구은행 내부에서는 김 회장의 겸직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그룹이 1년 넘게 대구은행 채용비리와 대구 수성구청 펀드 손실금 보전 사건 등으로 흔들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사건들과 관련된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이 행장에 오르는 일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명흠 전 부행장은 박 전 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도 3개월치 급여 6천만 원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성석 전 부사장은 대구 수성구청 펀드 손실금 보전사건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제재를 앞두고 어떤 결정이 나올지 기다리고 있다.
DGB금융지주가 11일 대구은행장 최종후보를 결정하지 않으면 김 회장의 겸직설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은행 이사회가 추천한 인물 가운데 최종후보를 선택하면 김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온 DGB금융그룹의 쇄신작업에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 관계자는 “가장 적합한 자격을 가진 대구은행장을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