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가 정유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주유소 활용도를 다변화해 실적 증가를 추진하고 있다.
6일 SK에너지에 따르면 정유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 건설과 주유소를 활용한 물류사업 확대라는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SK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 자회사로 정유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99%이상을 차지하는 단일사업회사나 마찬가지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다른 정유회사들은 석유화학사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며 성장을 꾀하고 있지만 SK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회사 SK종합화학이 있어 사업 다각화 시도가 여의치 않다.
이에 따라 SK에너지는 정유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SK에너지는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연료 황함량 규제 강화에 대비해 1조215억 원을 들여 울산공장에 저유황 연료를 생산하는 탈황설비를 짓고 있다.
국제해사기구의 규제 ‘IMO 2020’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황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규제가 시행되면 선박 연료유의 황함량 상한선이 기존 3.5%에서 0.5%로 낮아진다.
삼성증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디젤 및 저유황 연료유의 스프레드(제품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는 배럴당 15달러 선에 형성돼 있지만 규제가 시행되는 2020년에 배럴당 24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 분석을 종합해보면 SK에너지는 탈황설비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부터 해마다 2500억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추가로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SK에너지로서는 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조경목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이 수시로 건설현장을 방문해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점검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도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건설현장을 찾아 반드시 정해진 기간 안에 공사를 마무리해 수익 실현이 늦춰지지 않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SK에너지의 주유소 활용 물류사업은 이미 첫걸음을 뗐다.
SK에너지는 이르면 2019년 상반기에 주유소를 물류거점으로 하는 중고물품 거래 서비스를 선보인다. 국내 대표 중고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와 협업하기로 해 고객 확보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의 주유소 활용사업은 지난해 9월 GS칼텍스와 손잡고 시작한 주유소 택배 프로젝트 ‘홈픽’이 전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홈픽의 뒤를 이어 2018년 12월 시작한 주유소 스마트보관함 서비스인 ‘큐부’는 주유소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함께 스타트업 회사들에게 사업의 길을 터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를 반영한 신사업의 모범답안으로 꼽힌다.
SK에너지는 주유소를 보관함 설치 장소로 제공하고 스마트큐브(스마트보관함 제작과 소프트웨어 개발 및 운영), 리화이트(세탁 서비스), 마타주(물건 보관 서비스) 등 스타트업의 참여을 이끌었다.
2018년 7월에는 우정사업본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주유소와 우체국을 결합한 공유경제 인프라 구축에도 나섰다. 의정부의 한 주유소를 활용해 주유소와 우체국 서비스를 결합한 모델도 만들고 있다.
SK에너지는 2017년 매출 29조500억 원을 냈는데 25.6%가 주유소와 충전소 등 대리점에서 발생했다. 주유소 활용사업이 안정화되면 주유소 매출이 최대 3분의 1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SK에너지는 기대한다.
SK에너지는 탈황설비와 주유소를 활용한 사업을 통해 정유부문의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유가 변동에도 버틸 힘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는 원유 정제와 유통 등 정유부문 본연의 사업에만 의지하다 보니 2018년 4분기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 평가손실로 영업적자 2천억 원가량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