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목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이 주유소를 활용한 물류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조 사장은 스타트업들과 협업하면서 새 사업을 통한 실적 개선뿐 아니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의 창출도 함께 이뤄낼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주유소를 물류 거점으로 하는 중고물품 거래 관련 서비스를 이르면 2019년 상반기에 선보인다.
중고물품을 거래할 때 당사자가 직접 만나는 불편함을 없애고 거래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주유소라는 검증된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국내 대표 중고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가 중고물품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해 고객 확보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SK에너지는 기대한다.
주유소와 우체국을 결합한 사업도 이르면 이달 안에 시작된다.
SK에너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와 손을 잡고 경기도 의정부시의 노후 우체국을 리모델링해 택배도 부치고 주유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10일에는 GS칼텍스와 손잡고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서비스 ‘큐부(큐브야 부탁해)’를 시작했다. 큐부는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스마트보관함(무인보관함) 서비스로 물건 보관뿐 아니라 세탁 서비스도 연계돼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조 사장은 전국 3400여곳의 SK주유소에 공유경제 인프라를 구축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내고 한편으로 주유소를 사회적 가치 창출의 장으로 삼기 위해 물류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스타트업과의 적극 협력을 통해 주유소를 활용한 사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스마트큐브가 스마트 보관함 제작과 소프트웨어 개발 및 운영을 맡고 리화이트는 세탁 서비스를, 마타주는 물건 보관 서비스를 큐부와 연계해 운영하기로 했다.
스타트업과의 적극적 협업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와도 부합한다. 딥 체인지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경영철학이다.
조 사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주유소를 활용한 물류사업은 SK에너지 실적 개선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는 주유소 활용사업이 안정화되면 주유소 매출이 최대 3분의1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SK에너지는 2017년 29조500억 원의 매출을 냈는데 이 가운데 25.6%가 주유소와 충전소 등 대리점에서 발생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주유소 물류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에 이르게 된다.
조 사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주유소 프로젝트'는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 ‘상상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SK에너지는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동안 상상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주유소를 활용한 사업 아이디어를 모았는데 여기서 주유소의 물류 거점화 아이디어가 나왔다.
조 사장은 "회사의 핵심 자산인 주유소를 공유경제 인프라로 딥 체인지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것”이라고 밝히고 곧바로 아이디어의 사업화에 착수했다.
SK에너지는 3월 국내 최대 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과 사업추진 협약을 맺으며 주유소를 물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첫 발을 뗐다.
7월에는 우정사업본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주유소와 우체국을 결합한 공유경제 인프라 구축에 나섰고 9월 주유소를 활용한 택배 서비스 홈픽의 전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홈픽을 시행하는 주유소를 늘리기 위해 정유업계의 라이벌로 불리는 GS칼텍스와 손을 잡았고 고객의 거주지를 직접 방문해 택배를 수거하는 물류 스타트업 줌마와도 협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