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8-12-11 17: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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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이 '자회사형' 독립법인대리점(GA)을 강화하면서 보험영업채널의 새로운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국내 보험업계에서 독립법인대리점의 영향력 확대를 순기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자회사형 독립법인대리점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독립법인대리점은 특정 보험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회사와 제휴를 맺어 다양한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이다.
한화생명은 한화라이프에셋, 한화금융에셋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각각 200억 원, 12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10일 공시했다. 출자 예정일은 2019년 1월11일이다.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 모두 한화생명이 100% 출자한 자회사로 독립법인대리점사업을 하고 있다.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의 자본금은 9월 말 기준으로 각각 25억1500만 원, 30억 원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두 자회사의 자본 규모는 한화라이프에셋이 795.2%, 한화금융에셋이 400%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한화생명은 자회사형 독립법인대리점 운영에서 다른 회사와 비교해 앞선 행보를 보여 왔다. 2014년에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 가운데 최초로 독립법인대리점 자회사 한화라이프에셋을 설립하기도 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아직은 자회사형 독립법인대리점의 매출 기여도는 크게 높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이번 투자는 앞으로 독립법인대리점 채널의 비중이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보험업계에서 독립법인대리점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보험설계사를 통한 대면영업채널은 여전히 국내 보험회사들의 주된 영업 방식인데 대형 보험회사 소속 전속 보험설계사들이 독립법인대리점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국내 24곳 생명보험사의 전속 보험설계사 수는 모두 10만1424명이다. 2017년 같은 기간보다 7.49% 줄었다.
전속 보험설계사들은 다양한 보험상품을 취급하고 수수료 수입을 높이기 위해 독립법인대리점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대리점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속 설계사가 독립법인대리점으로 이직한 이유 가운데 56%가 ‘다양한 상품 취급’이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도 전속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율은 월 보험료의 850% 정도인데 독립법인대리점의 보험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율은 월 보험료의 877.5~904.5% 정도다. 독립법인대리점의 보험설계사가 같은 보험상품을 팔아도 더 많은 수수료를 받는다.
전속 설계사들의 독립법인대리점으로 이동이 늘자 대형 보험사들은 자회사를 만들어 직접 독립보험대리점을 운영하는데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전속으로 한 회사의 보험만 취급하도록 강제하는 틀을 풀고 설계사들의 선택영역을 넓혀 외부 독립보험대리점으로 빠져나가는 인력 유출 현상을 막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설계사들이 익숙한 보험회사 보험을 많이 영업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화생명을 비롯해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이 자회사형 독립법인대리점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생명, ABL생명 등도 자회사형 독립법인대리점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생명보험회사의 자회사형 독립법인대리점은 다양한 보험상품을 취급하려는 보험설계사의 요구를 만족시켜 주려는 측면이 있다”며 “보험회사에 소속됐던 보험설계사라면 독립법인대리점에 가서도 전에 다뤄본 경험이 있고 비교적 잘 아는 보험상품을 주로 취급하게 돼 회사의 판매실적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