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원장은 10월 말에 “연말 인사는 인사의 기본 원칙대로 일 잘하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며 “임원인사는 생각을 좀 해보려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이 5월에 취임한 뒤 별다른 인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조직 안정에 힘써온 만큼 이번 인사폭은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과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연이은 사임으로 크게 흔들렸던 금감원 조직을 다잡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윤석헌 색깔을 힘입기 위한 인사가 없었던 만큼 조직 장악력이 굳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국정감사에서 “금감원 간부들이 금감원장을 잘 보필해 금감원장이 바로 대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개혁적 원장이 왔다고 간부들이 태업(사보타주)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뿐 아니라 금융회사와도 갈등 국면이 반복되면서 금감원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를 벗어던질 계기도 마련해야 한다.
생명보험사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최근 불거진 금융권 사건사고에서 금감원의 목소리는 좀처럼 커지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으로 금감원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지만 이와 관련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금감원의 권위를 높이는 분위기 쇄신을 꾀하는 셈이다.
다만 최흥식 전 원장이 지난해 11월 부원장보 이상 임원 13명 전원을, 올해 1월 부서장의 85% 교체하는 대대적 인사를 실시했던 만큼 1년 만에 또 큰 폭의 인사를 실시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굵직한 현안들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원들이 바뀌면 업무 연속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잦은 인사로 조직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 원장이 이런 점을 감안해 올해 임원인사에서 대규모 인적 쇄신보다는 일부 부원장보를 바꾸는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조직 개편 과정에서 팀장급을 줄이고 ‘스페셜리스트’ 직군을 안착할 방안을 내놓는 것도 윤 원장의 고민거리다.
스페셜리스트는 팀원을 두지 않은 채 각 분야별로 특정 업무에 집중하는 일종의 전문직 제도로 감사원이 금감원에 3급 이상 관리직급을 줄이라고 권고한 데 따른 방안이다.
스페셜리스트 직군은 기존 금감원의 승진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만큼 이에 따른 합당한 평가 및 보수 시스템을 갖춰야만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윤 원장이 지금까지 언급한 인사·조직 개편안을 놓고도 내부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금감원의 위상을 강화할 필요성에 절대적으로 공감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직 구성원이 피해를 볼 수는 없는 만큼 연말 인사에 다들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