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금융그룹 체질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임기 절반 동안 신한금융지주의 금융그룹 선두 자리를 재탈환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만큼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은 신한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 위기까지 몰렸던 만큼 당분간 적극적 행보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그룹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7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을 인수한 데 이어 아시아신탁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고 2030년까지 녹색산업에 2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장기적 친환경 경영비전도 내놓았다.
지난해 3월 취임한 뒤 1년 반 동안 그룹의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밑바탕을 다져온 만큼 더욱 고삐를 죄는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11일 영장실질심사를 끝낸 뒤 임직원들에게 “신한을 둘러싼 낭설에 현혹되거나 불필요한 구설을 만들지 말고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저부터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다듬고 맡겨진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취임한 뒤 받아든 첫 성적표에서 KB금융지주에 순이익 3940억 원 차이로 1등 금융그룹 자리를 내줬지만 단기적으로 격차를 좁히기보단 그룹의 체질 개선에 힘써왔다.
구체적 목표로 비은행부문을 강화해 안정적 성장여력을 확보하고 글로벌부문의 이익 기여도를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런 경영전략은 올해 점차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까지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고 순이익 2조6404억 원을 거뒀다.
경상적 순이익 기준 사상 최대치로 올해 순이익 3조 원을 넘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그룹 가운데 순이익 규모 3조 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KB금융지주가 처음이었다.
조 회장이 도입한 그룹 매트릭스 조직이 안착하면서 글로벌 수익과 투자금융 수익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신한은행 해외부문 순이익은 9월 기준으로 모든 해외점포가 흑자를 거두며 1년 전보다 24.4% 늘어났고 글로벌투자금융(GIB)부문도 2분기에 이어 3분기에 영업이익 1천억 원을 넘기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조 회장은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손잡고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자산 일부를 위탁운용하고 투자금융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하는 등 해외에서 발걸음을 늦추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 다음으로 덩치가 큰 주력 계열사인 신한카드가 수수료 인하정책 등에 영향을 받아 3분기 누적 순이익 규모가 반토막 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계열사와 해외부문에서 큰 성과를 거둬 그룹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회장이 지속가능한 중장기적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해온 작업들이 점차 과실을 맺고 있다”며 “다만 조 회장이 채용비리와 관련해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