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이 수익성 악화를 놓고 인건비 부담을 크게 안고 있지만 인력 감축을 진행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이 KT의 수익성 개선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는 무선사업의 부진으로 1,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KT가 올해 3분기에 2017년 3분기와 비슷한 매출을 냈지만 영업이익은 3641억 원으로 3.5%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황 회장은 2015년 KT의 흑자 전환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했던 만큼 최근의 수익성 악화를 놓고 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황 회장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우선 마케팅비용을 줄이고 있다.
KT는 17일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VG40씽큐’의 단말기 지원금을 경쟁사보다 훨씬 낮게 책정했다.
KT는 10만 원대 요금제에 10만9천 원의 공시지원금을 제공하는 반면 SK텔레콤은 10만 원대 요금제에 21만 원의 지원금을 준다. LG유플러스는 8만 원대 최고가 요금제에 21만2천 원의 지원금을 책정했다.
가장 낮은 3만 원대 요금제를 비교해 봐도 KT의 공시지원금은 3만5천 원으로, 6만5천 원을 주는 SK텔레콤, 7만6천 원을 지원하는 LG유플러스보다 2배가량 적게 준다.
이번 지원금 책정은 KT가 무선가입자 유치를 위해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펼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KT 관계자는 “회사의 내부적 전략에 따라 지원금을 책정한 것”이라며 “지원금 책정 기준을 따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마케팅비용을 지속적으로 축소해왔는데 이런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KT는 2015년 마케팅 비용으로 2조8132억 원을 썼는데 2016년 2조7142억 원, 2017년 2조6841억 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2분기까지 1조2902억 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건비 감축 없이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KT는 인건비가 경쟁사의 3배를 웃돌고 순이익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경영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KT의 인건비는 10조2764억 원으로 SK텔레콤의 2조9188억 원보다 3.5배, LG유플러스(3조2472억 원)보다는 3.2배 많다. KT의 영업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도 13.7%로 SK텔레콤(6%)과 LG유플러스(6.7%)의 2배를 넘었다.
KT 임직원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2만3562명으로 SK텔레콤(4834명)과 LG유플러스(8750명)보다 3~5배 많다.
그렇다고 황 회장이 첫 임기 때처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어렵다.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는 현 정부의 기조와도 어긋난다. KT는 2016년부터 58세 정년이 60세로 연장돼 당분간 정년퇴직자도 많지 않다.
황 회장도 당장 인건비를 축소할 계획은 없어 보인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신사업을 확장하면 고용 유지에 어려움은 없다는 것이다. 국감에서도 이런 뜻을 밝혔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KT의 현재 경영지표를 보면 과거 구조조정이 절실했던 때처럼 나쁜 상황은 아니다”며 “KT가 당분간 수익성을 개선하기 쉽지는 않지만 성장잠재력이 있는 만큼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