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이 KT 새 성장동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KT의 실적 부진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 회장은 2017년 초 연임에 성공하면서 KT를 플랫폼사업자로 만들겠다는 2기 경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황 회장은 당시 미디어와 스마트에너지, 기업·공공가치 향상, 금융거래, 재난·안전·보안을 ‘5대 플랫폼’으로 선정했다. 이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2020년에는 비통신분야 매출을 KT 전체 매출의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황 회장의 계획대로 성장하고 있는 사업은 미디어에 그치고 나머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도 듣는다.
KT가 2017년 스마트에너지사업에서 거둔 매출은 1천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2020년 목표인 매출 1조 원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KT가 최대주주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은산분리에 막혀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재난·안전·보안, 기업·공공가치 향상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비통신분야 매출 비중 30%라는 목표는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KT는 현재 전체 매출의 10% 정도를 비통신분야에서 내고 있다.
KT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KT는 2분기에 매출 5조8824억 원을 거둬 2017년 2분기보다 0.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769억 원으로 15.7% 감소했다. 통신비 인하 등으로 주력이던 통신사업의 영업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KT가 최근 강화하고 있는 부동산사업도 매출 규모가 4천억 원 정도여서 통신사업의 실적 악화를 만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황 회장은 KT의 실적 개선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연임에 성공했던 만큼 최근의 실적 부진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박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KT가 5G 시대가 도래하면 유선망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현재 사업부문별 상황은 다소 아쉽다”며 “KT가 최근 강화한 부동산, 카드사업의 성장을 통한 이익 개선도 단기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왼쪽)이 2017년 9월5일 경기 과천 KT-MEG 관제센터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스마트에너지플랫폼을 설명하고 있다.
황 회장은 5G 시대의 핵심 콘텐츠로 가상현실(VR)을 점찍었지만 업계에서는 수익을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가상현실(VR)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헤드셋과 컨트롤러 등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고 공간 제약도 있어 소비자들에게 확산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황 회장은 5G 등 네트워크 분야에만 5년 동안 9조6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5G 상용화를 통해 어느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세계 통신사들이 5G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관한 답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며 “게다가 5G를 통해 통신사의 가입자 당 월 평균매출(ARPU)이 상승하려면 2020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T는 5대 플랫폼 구축과 사업모델 등과 관련해 멀리 내다보고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T 관계자는 “5G는 LTE 때와 달리 기업 대상(B2B)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여지가 많아 사업모델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며 “KT가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들도 당장 수치로 나오는 실적보다 성장 가능성 등을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