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관련 회사들이 '가상화폐 공개(ICO) 실태 점검 질문서'를 받고 잔뜩 움츠러들어 있다.
해외에서는 모건스탠리 등 대형 투자은행들이 가상화폐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새로운 규제가 생겨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가상화폐 관련 회사들에게 ‘가상화폐 공개(ICO) 실태 점검 질문서’를 발송해 21일까지 답변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가상화폐업계에서 가상화폐 공개는 일반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와 비슷하게 여겨진다.
가상화폐 관련 사업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한다. 투자자는 가상화폐가 가상화폐거래소에 상장되면 이를 사고 팔아 수익을 낸다.
금감원은 “이번 설문이 국내 가상화폐 관련 회사 현황과 업계의 어려움을 파악하려는 노력이지 제재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는 했다.
하지만 가상화폐업계는 새 규제를 위한 사전 작업은 아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이미 지난해 국내 가상화폐 공개를 금지한 데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가상화폐 공개 등을 규제하겠다는 뜻을 보였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6일 제20차 통합금융감독기구회의(IFSC)에서 “가상화폐 공개가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지기 때문에 개별 국가만의 대응은 '국가 간 규제 차익'만 발생시킬 것”이라며 “국제적 규율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가상화폐 공개 실태를 묻는 질문서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당황했다”며 “그동안 정부가 가상화폐 공개를 두고 구체적 규제없이 금지라는 입장만 밝혔는데 설문 이후 어떤 정책이 나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가상화폐 공개를 금지하기는 했지만 관련법 미비 등을 이유로 가상화폐 공개를 두고 실제 규제에 나서지는 않았다.
국내 가상화폐 개발업체들은 정부의 금지선언 이후 해외 법인 등을 통해 가상화폐 공개를 진행해 왔는데 이에 대해 정부의 제재가 추가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8월 가상화폐 거래소를 벤처기업에서 제외하는 시행령까지 내놨다. 이 시행령에 따르면 현재 벤처기업 제외 업종은 유흥주점, 사행도박장, 무도장, 가상화폐거래소 등이다.
가상화폐업계는 정부가 가상화폐를 보는 시각을 바꿔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투기나 도박의 수단이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이 구현되는 플랫폼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를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가상화폐 자체가 블록체인 기술이 구현된 플랫폼인 데다가 대부분의 블록체인 업체가 가상화폐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업계가 위축되면 블록체인 기술 개발도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