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7-10 17: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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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어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의 불법 등기임원 재직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토교통부와 항공사의 유착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유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10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에도 외국 국적을 지닌 사람이 등기임원에 6년 동안 올라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토교통부의 감독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아시아나항공의 외국인 불법 등기이사 재직과 관련한 보도가 나오자 참고·해명자료를 내고 “다시 한번 외국인 등기임원 재직 등 면허 관리 실태를 전수 조사해 위법 사실에 대해 법률 검토를 거쳐 철저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과거에 아시아나항공의 불법 등기이사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관련해서는 “알 수 없다”는 태도만 보이고 있다.
이런 애매한 태도 탓에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이 진에어 사례처럼 아시아나항공의 외국인 불법 등기이사 재직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퍼지고 있다.
이른바 국적항공사에 대한 감독을 ‘패싱’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국토교통부와 항공사의 유착 의혹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고 항공사업과 항공물류, 항공보안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항공정책실을 주요 조직으로 두고 있다.
항공정책실에서 일하는 직원은 현재 176명이다. 대한항공 출신 공무원이 전체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항공정책실 항공운항과에 소속된 직원 32명 가운데 40%가 넘는 직원이 대한항공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항공운항과는 항공사의 운항 안전을 감독하거나 운항 자격을 심사하는 등 항공사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수행한다. 민간항공사 출신 직원이 이 조직에서 일하다 보니 사실상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
국토교통부는 과거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에 5대 개선과제를 보내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과제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완료된 것으로 파악한 국토교통부 공무원이 최근 적발됐다. 땅콩회항사건과 관련해 후속 행정처분을 대한항공에 즉시 조치하지 않은 공무원이 문책받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칼피아(대한항공의 영문이름과 마피아를 합성한 단어로 국토교통부에서 일하는 대한항공 출신 직원을 일컫는 말) 등 유착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국토교통부가 관행을 끊어내지 못하면서 관리감독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반복되는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유착 가능성을 봉쇄하기 위한 노력에는 사실상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6월 말 진에어 면허취소 여부와 관련해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진에어의 위법사실을 장기간 인지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담당 공무원들을 수사 의뢰했다”는 내용 정도만 밝혔을 뿐 유착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침은 제시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항공분야에서 전문경력직 인원들을 채용할 때 민간항공사 출신 직원들이 대거 쏠리는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차관을 역임한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초 인천 남동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토론회에서 칼피아 논란과 관련해 “전문직을 채용할 때 은퇴한 직원들이 주로 응모하는데 대한항공이 가장 큰 회사였기 때문에 대한항공 은퇴자들이 가장 많았다”며 “그래서 분야별로 은퇴자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