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주력사업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에서 세계적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최고의 호황기를 맞으며 실적이 급성장할 기회를 잡고 있다.
하지만 무라타 등 경쟁업체가 대규모 증설에 나섰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고객사들이 물량 확보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삼성전기가 기대 만큼의 성과를 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3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적층세라믹콘덴서 공급 부족이 앞으로 12개월 가까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 증권사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일본 무라타와 다이요유덴, 삼성전기 등 주요 공급업체들의 출하량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워지며 가파른 가격 상승세도 계속되고 있다.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주로 스마트폰과 PC, TV 등 IT기기에 사용되는 전자부품으로 전류 흐름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고성능 전자기기일수록 더 많은 양의 콘덴서가 탑재된다.
전기차와 로봇 등 신산업분야로 적층세라믹콘덴서 수요처가 확대되는 점도 공급 부족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인공지능과 5G, 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혁명 관련사업에 핵심부품"이라며 "삼성전기 실적과 주가 상승에 모두 새 역사가 열릴 정도"라고 평가했다.
삼성전기는 무라타에 이은 적층세라믹콘덴서 2위 업체로 가격 상승에 큰 수혜를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6월에 고객사들에 적층세라믹콘덴서 추가 주문을 더 이상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생산공장을 최대치로 가동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외 증권사들이 입을 모아 기대하고 있는 적층세라믹콘덴서의 '수퍼 호황'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서 수입되는 전자제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엄포를 놓으며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글로벌 전자업체들의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적층세라믹콘덴서를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미국 수출이 줄어들며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적층세라믹콘덴서와 같은 핵심 부품의 공급 부족이 벌어지면 제조사들은 일반적으로 부품 재고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며 수요를 늘려 가격 상승에 더 힘을 싣는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자업체들이 무역분쟁에 따른 경제적 변수를 고려해 적층세라믹콘덴서 재고를 축적하는 대신 당장 필요한 물량만 들여놓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파악했다.
무라타가 적층세라믹콘덴서 호황이 계속될 것을 대비해 3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공장 증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점도 전체 업황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세계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은 인터넷이 한창 보급되던 2000년을 전후로 최고 호황기를 맞았지만 주요 공급업체들의 증설로 곧 정상화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삼성전기도 지난해부터 부산의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공장에 증설 투자를 벌여오고 있는 만큼 전체 출하량 증가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적층세라믹콘덴서 수요가 이전과 달리 전기차와 통신장비, 서버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어 업황 호조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상위업체들의 증설 효과로 출하량이 단기간에 늘어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수요 감소까지 동시에 발생하면 호황기가 예상보다 일찍 마감될 수도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적층세라믹콘덴서의 세계적 공급 부족은 2000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3차례 발생했지만 업체들의 공장 증설 효과가 나타나며 호황기를 마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