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들이 국산품을 사들이던 '애국 소비'를 더 이상 하지 않고 합리적 가격과 품질을 갖춘 수입품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7일자 최신호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이 과거에 국산품을 선호하는 ‘애국소비’를 멈추고 해외 직접구매나 수입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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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직구에 몰두하고 있는 직장인 <뉴시스> |
이런 상황이 한국 기업들에게 위기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한국의 명사들은 1998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BMW 자동차를 국산차인 현대차로 바꾸면서 애국심을 보여줬다. 현대증권은 1999년 3월 'Buy Korea' 펀드를 출시해 세 달 만에 12조 이상의 투자를 끌어냈다.
그러나 이런 애국 소비는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산제품들이 해외보다 더 비싸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한상린 한양대 교수을 말을 인용해 "한국 소비자들이 이제 까다롭고 신중하게 바뀌었고 과거 바가지를 썼던 데 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전문지 ‘모터그래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800명의 한국인들에게 현대기아차를 싫어하는 이유를 물어본 결과 절반 가량 이상이 “내수시장에서 차별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9월 현대차의 신형 제네시스가 외국보다 국내에서 1300만 원보다 비싸다는 국회의 지적이 나오자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국내제품뿐 아니라 해외제품 가격도 한국에서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소비자시민모임이 15국에서 판매되는 60제품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국에서 절반 이상의 제품이 가격순위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하이네켄 맥주는 세계에서 3번째로, 샤넬 향수는 5번째로 비쌌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수입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2009년 애플의 아이폰이 한국시장에서 25%의 점유율을 처음으로 차지한 것이 그 시발점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또 지난해 처음으로 유럽 자동차의 한국판매액이 한국산 자동차의 대(對)유럽 수출액을 추월했다. 국내에서 10년 전 100대 가운데 1대 꼴로 보유하던 수입차는 이제 10대 가운데 1대로 늘어났다. 반일감정이 높은 한국에서 일본의 토요타 캠리는 '2013년 올해의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 직접구매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해외 직접구매는 2011년보다 2013년 두 배로 늘어나 1조1천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국내에서의 해외 직접구매 규모가 해외에서 국내 직접구매, 이른바 '역직구'의 55배로 무역적자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소비자들이 수입품과 해외직구를 늘려갈 수 있었던 배경은 지난 3년 동안 한국이 EU회원국을 포함해 50여 개국과 FTA를 체결해 수입품을 접하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물가하락을 위해 해외 온라인구매 때 결제절차를 단순화하고 미국에서 발송되는 물품은 200달러까지 세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도 한몫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소비자들의 태도변화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서울사무소는 국내 화장품 회사들이 높은 품질에 합리적 가격으로 외국의 경쟁사들을 제치고 있는 점을 한국 기업들이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