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D램 미세공정 기술발전을 위해 차세대 EUV(극자외선)장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공정 적용은 SK하이닉스가 D램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기술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꼽히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공정기술인 EUV가 향후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기술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EUV는 반도체 회로를 원판에 인쇄하는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신기술로 반도체 성능과 원가 효율을 높이는 미세공정의 기존 한계를 넘기 위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업체가 올해부터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에 처음으로 EUV 공정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신기술 도입에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도 26일 실적발표회에서 “EUV 공정은 현재 연구개발단계로 기존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신기술로 보고 있다”며 “내년 이후 10나노 초반대 D램 양산부터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모리반도체에 EUV 도입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중장기적으로 메모리반도체까지 EUV 적용을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에 비교하면 훨씬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에 EUV 공정 활용을 미래 과제로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논의하기 이른 단계”라며 “내년부터 도입하기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EUV 장비를 도입할 경우 반도체 생산공정 거의 모든 단계에서 변화가 필요한 데다 장비 가격도 최소 1천억 원대로 높아 투자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직 EUV 장비 자체가 기술적 한계를 안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재 EUV장비는 대량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에 적용하기 적합하지 않다”며 “투자비용 대비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을 만한 시기는 내년 이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이런 상황에서 EUV 도입계획을 밝힌 것은 우선 공정기술을 확보한 뒤 관련 장비의 생산성이 의미있게 개선될 경우 곧바로 이를 생산라인에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UV 공정 도입은 반도체기업들이 10나노 초반대(1z)의 미세공정 D램을 양산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으로 꼽힌다. 기존 생산방식으로는 미세공정화에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10나노 초반대 D램 양산을 시작하려면 EUV장비의 기술이 충분히 발전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셈이다.
D램 미세공정 개발에서 삼성전자보다 뒤처져있는 SK하이닉스에는 이런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10나노 중반대(1y)급 D램 개발과 양산에 성공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10나노 중반대 D램 양산목표를 올해 연말로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와 적어도 1년 정도의 기술격차가 벌어져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계획대로 내년 이후 10나노 초반대 D램 개발에 성공하고 곧바로 EUV장비를 도입할 경우 삼성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공급능력을 갖춰 격차를 단숨에 좁힐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EUV장비 도입은 초기 투자비용이 높지만 D램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며 “장비 기술력이 발전한다면 반도체기업들의 도입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