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놓고 엇갈린 의견을 내고 있다.
기재부는 금감원의 비리문제 등을 감안해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금융위는 금감원의 독립성 등을 들어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하고 있다.
▲ (왼쪽부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30일 회의에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기타공공기관에 지정됐다가 2009년 운영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해제됐다.
기재부는 금감원을 기타공공기관보다 통제 수위가 높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직원 수와 정부의 금융감독업무 위탁 등 요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은 직원 50명 이상을 뒀고 정부에게 위탁받은 사업의 수입액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면 요건을 충족한다.
금감원은 직원 1700여 명을 두고 있다. 지난해 수입 3666억 원 가운데 2921억 원(79.6%)을 금융회사를 감독한 대가 격으로 받는 감독분담금으로 벌어들였다.
금감원이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예산, 조직운영, 인사관리 등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공공기관운영위의 심의와 의결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매년 기획재정부에서 경영평가를 받은 결과의 등급에 따라 직원들의 성과급이 결정되고 금감원장의 거취도 영향을 받는다. 지금은 금융위의 경영실적 평가만 받는다.
기재부는 지난해 금감원의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진 것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 지정을 통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와 협의하겠지만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금감원을 감사한 결과 조직과 인력을 방만하게 운영한 점을 지적한 것도 공공기관 지정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꼽힌다.
반면 금융위는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독립성을 해쳐 ‘관치금융’ 논란만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는 현재 금감원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통한 추가 통제는 필요없다고 하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동의를 표시했다.
이날
최흥식 금감원장도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행정적 낭비’라고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중복규제 등을 이유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채택했다.
정무위가 지난해 12월 의결한 금융위설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금감원이 예·결산서를 국회에 보고하고 감독분담금관리위원회도 만드는 등 외부통제가 크게 강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금융위와 국회 등에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부총리가 4일 기자들에게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관계부처들과 협의하겠다며 ”(기재부의 관리영역을 넓히려는) 뜻은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최근 국무조정실로 파견한 직원의 가상화폐(가상통화) 거래 문제를 놓고 ‘도덕적 해이’ 지적을 받는 등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공기관 지정을 계속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는 앞으로 금융감독체계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금융위와 기재부의 위상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며 “공공기관운영위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이슈로 계속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