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에게 자발적 개혁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시일이 다가오고 있다.
LG그룹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모범생’으로 꼽히지만 브랜드 사용료 등은 남은 과제로 꼽힌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올해 연말까지 지주사 수익구조, 공익재단, 순환출자 등을 놓고 어떻게 자발적 변화를 꾀할지 시선이 몰린다.
김상조 위원장이 올해 6월과 11월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 경영인들과 만나 기업들의 자발적 개혁의지를 보여달라며 올해 연말을 마감시일로 정해놓았다.
김 위원장은 11월 초 전문경영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들의 노력에도 기업들의 자발적 개혁의지에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며 “우리 국민이 기업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좀 더 세밀한 전략을 좀 더 속도감 있게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LG그룹은 대체로 김 위원장의 주문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지주사 수익구조 문제는 해결과제로 안고 있다.
공정위가 지주사들에서 계열사로부터 받는 브랜드 사용료 등이 과도한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주사 수익구조를 놓고 “배당금을 주요 수입원으로 삼아야 하는데 지주사들이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 컨설팅 수수료, 심지어 건물 임대료 등을 받고 있다”며 “이런 구조가 지주사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지, 일감몰아주기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LG그룹 지주사 LG는 각 계열사들로부터 받는 배당금, 브랜드 사용료 등을 주요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데 지주사들이 브랜드 사용료를 책정하는 기준이 모호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LG는 브랜드 가치를 비롯해 브랜드 관리 및 유지보수, 브랜드 홍보, 브랜드의 불법 도용 방지 등에 사용되는 비용을 따져 브랜드 사용료를 산출하고 있다.
LG는 주요그룹 지주사 가운데 가장 많은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있는 데다 내년에는 각 계열사들로부터 받는 전체 브랜드 사용료가 올해 추산치보다 오히려 10%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LG그룹의 브랜드 사용요율은 매출에서 광고비를 제외한 금액의 0.2%로 기존과 동일하게 책정됐지만 내년 매출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브랜드 사용료도 늘어날 수 있다.
LG 관계자는 “LG가 지주사체제로 전환할 당시 해외 사례들을 참조해 합리적 요율을 결정한 것”이라며 “LG 계열사들이 매출규모가 큰 만큼 매출을 기반으로 정해지는 브랜드 사용료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그룹은 대기업 가운데 정부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주사 LG는 11월 김상조 위원장과 만난 직후
구본준 부회장 등 LG그룹 오너일가가 보유한 LG상사 지분 전량을 약 2967억 원에 사들였다.
지주사체제에 자회사를 편입해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계열사를 놓고 일감을 몰아준다는 논란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LG그룹은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문한 국내 첫 대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12일
구본준 LG부회장 등 LG그룹 경영진을 직접 만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