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7-12-04 12: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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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정부의 제로레이팅 확대 움직임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4일 “정부가 8월 제로레이팅의 법적 토대를 마련해 점차 관련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며 “미국의 망중립성 폐지는 국내 제로레이팅 서비스 도입이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부터),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제로레이팅이란 소비자가 특정 콘텐츠를 업로드하거나 내려 받을 때 데이터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콘텐츠사업자가 대신 비용을 내는 방식을 말한다.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비용 부담을 지도록 하기 때문에 통신비 인하의 대안으로도 꼽힌다.
이통사와 인터넷기업이 통신비 부담을 같이 지게 되는 것이어서 이통사는 제로레이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통위는 8월 기간통신사업자가 콘텐츠 제공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도달하지 못하도록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사업자끼리 협의할 경우 특정 서비스의 속도를 높이거나 비용을 할인해주는 제로레이팅을 허용하는 근거가 된다.
SK텔레콤은 포켓몬고 개발사 나이앤틱과 제휴해 포켓몬고 게임 이용 중 발생하는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선보인 적이 있다.
미국의 망중립성 폐지 움직임도 국내의 제로레이팅 서비스의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망중립성 원칙이란 인터넷망 사업자가 이용자에 따라 서비스 속도를 차별하거나 우선권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로레이팅이 활성화되려면 망중립성이 완화되거나 폐지돼야 한다.
정부는 미국의 망중립성 폐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비공개로 진행한 법안심사소위에서 망중립성과 관련해 “글로벌 표준에 큰 영향력을 주는 미국이 망중립성을 완화하는 규칙 개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이라며 “미국의 개정 논의를 확인한 뒤 망중립성 법제화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아직까지 망중립성 원칙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한국이 미국 통신 기준을 벤치마킹했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망중립성 폐지는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망중립성을 폐지하지는 않더라도 제로레이팅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김 연구원은 “11월29일 유승희 의원이 망중립성 원칙을 강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제시하였음에도 정부는 제로레이팅에 관한 규제는 제외한 수정안을 내놓았다”며 “앞으로 국내에서도 제로레이팅의 서비스들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