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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 |
‘야신’ 김성근 감독이 꼴찌구단 한화 이글스의 감독으로 돌아왔다.
김 감독은 그에게 ‘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을 붙여 준 김응용 감독의 후임으로 한화 이글스를 맡았다. 한화 이글스는 명장 김응용 감독도 꼴찌에서 건져내는 데 실패한 구단이다.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은 다를까?
김 감독의 리더십은 그의 좌우명인 ‘일구이무’라는 말로 압축된다. 이는 선수에게 두 번째 공은 없다는 뜻이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정신무장할 것을 강조한다. 또 혹독한 훈련과 집요한 경기를 통해 오직 팀의 승리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위해 김 감독은 선수단 운용의 모든 권한을 손에 쥐려고 한다. 조직의 목표인 승리를 위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김 감독은 약체구단을 맡아도 최대한의 성과를 내왔다. 김 감독은 팀을 강하게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런 김 감독의 리더십에도 우려가 적지 않다.
김 감독은 소통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리더십 탓에 구단과 선수, 다른 팀과 불화를 낳았던 경우도 많았다.
프로야구 관계자는 “김 감독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팀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데 탁월한 인물”이라며 “하지만 독단적 태도를 보일 때가 많아 구단이나 선수들과 사이가 틀어진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 “비정함은 애정에서 나오는 감정”
김성근 감독은 취임과 함께 팀을 혁신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김 감독은 한화 이글스가 패배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김 감독은 지난달 28일 취임식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면 마음가짐부터 다르게 해야 한다”라며 “내일이면 전부 이발하고 나올 듯하다”고 말했다. 다음날 선수들은 전부 짧게 머리를 깎았다.
그는 또 혹독한 훈련을 예고했다. 김 감독은 취임 직후 한화 이글스 선수단의 휴일을 박탈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꼴찌가 어디서 노느냐, 휴식은 없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비정함이 지금 사회에서 부족한 부분인데 비정함 자체가 애정에서 나오는 감정”이라며 “훈련 과정에서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많이 쓰러질 것이지만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는 이미 일본 오키나와에서 ‘지옥훈련’에 들어갔다.
김 감독은 선수단을 운용하는 데 모든 권한을 장악하려고 한다. 승리를 위해서 한치의 빈틈도 없어야 하고 조직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감독은 구단과 계약할 때 이런 내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감독생활을 하다보면 승부에 전념하다보니 옆에 있는 사람들이 종종 오해할 때가 많은데 그때 뭐라고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며 “난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을 뿐이지 프런트는 신경 안 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취임 한 뒤 제일 먼저 한 일은 코치진 물갈이였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 27일 새로운 코치 3명을 기용하고 기존 코치진 9명과 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 새로 부임한 코치는 모두 김 감독과 손발을 맞춰온 인물들이다.
재계약에 실패한 9명 가운데 송진우 투수코치 등 한화의 레전드 선수 출신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한화 구단의 한 관계자는 “연고 등 승부와 관련 없는 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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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난해 열린 삼성그룹 열정락서에서 강연하고 있다. |
◆ “결과 없는 리더는 쓸모가 없다”
김 감독의 혁신에 대해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들이 나온다. 한화 이글스 구단도 김 감독의 개혁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 이글스 팬들 사이에서도 많은 기대를 받는다. 한화 이글스 팬들은 취임 전 김 감독을 영입할 것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청원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취임 후 108배를 올리는 퍼포먼스를 한 팬도 있다.
김 감독이 이런 환영을 받는 이유는 그가 항상 성과로 증명하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혁신적 팀 개조를 통해 약팀을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감독은 1996년 만년꼴찌 쌍방울 레이더스를 맡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했다. 2002년 약체로 평가받던 LG트윈스를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김 감독이 2007년부터 맡았던 SK와이번즈는 5년 동안 한국시리즈에서 3회 우승과 1회 준우승을 거뒀다.
김 감독은 7일 청와대 리더십 강연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며 “결과 없는 리더는 아무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 김성근의 리더십은 한화 이글스를 개조할까
하지만 김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김 감독의 리더십은 성과에 더욱 민감하다. 모든 평가를 결과에 걸고 있기 때문에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바로 리더십이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한화 이글스를 재건하는 일은 김 감독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김인식과 김응용 등 뛰어난 감독들도 최하위라는 굴욕을 맛봐야만 했다.
한화 이글스의 한 관계자는 “김성근 감독은 사실상 구단과 팬들이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김 김독이 한화 이글스 재건에 실패한다면 김응용 감독과 같이 그동안 쌓아온 명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팀 색깔이 뚜렷하고 고유의 팬 문화가 강한 한화 이글스를 개조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한화 이글스는 지금까지 장타와 한꺼번에 몰아치는 선이 굵은 야구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반면 김 감독은 철저한 팀플레이 위주의 현미경 야구를 추구하는 지도자다. 김 감독은 승리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집요함과 치밀한 계획에 따라 경기를 이끌어 나간다.
김 감독은 “다이너마이트는 불발될 때가 잦다”며 “수비로 얼마나 지키고 도망가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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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난 9월 열린 제8회 인적자원개발 컨퍼런스에서 21세기 장인리더십을 주제로 기조강연하고 있다. |
◆ “세상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내겠다”
김 감독은 철저하게 현장과 감독 중심의 야구를 추구한다. 감독이라는 리더가 모든 책임을 지는 대신 전권을 위임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김 감독이 보기에 선수는 감독의 지시대로 철저히 따라야 한다. 프런트는 뒤에서 지원만 해주면 된다.
김 감독은 이런 리더십으로 팀을 일사분란하게 이끌어 높은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동시에 구단과 갈등을 빚어 감독에서 물러나는 일도 잦았다. 2011년 SK 와이번즈에서 시즌 중 해임되기도 했다.
프로야구계의 한 전문가는 “김 감독을 원했던 구단들 중 성적이 좋지 않았던 팀들이 많았다”라며 “그러나 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구단과 불화로 해고당하는 경우도 잦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독선적 군대식 훈련으로 선수를 혹사시킨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낙오자 문제 등 선수와 사이가 틀어진 적도 있었다.
김 감독은 취임식에서 “팀 승리가 중요하고 개개인에 매달리는 야구는 없다”면서 “따라오려면 따라오고 아니면 같이 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오로지 이기는 야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경기운영으로 자주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청와대 리더십 강연에서 “세상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야지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위에 선 사람이 이 일을 통해서 세상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뚝심있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