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기업 퀄컴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처분의 효력정지를 신청한 뒤 첫 재판에서 국가의 지나친 개입은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14일 퀄컴 본사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효력정지신청 사건의 공개심문기일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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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 |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퀄컴에 불공정행위를 이유로 시정명령과 1조300억 원의 과징금처분을 내리자 퀄컴이 불복하며 법적대응에 나선 뒤 열린 첫 재판이다.
퀄컴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통신칩 반도체를 공급하며 스마트폰 판매가격의 일부를 별도 통신특허료로 받는다. 삼성전자가 자체 통신칩을 개발해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것을 제한하는 계약조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 측 변호인은 “공정위의 결정은 25년 이상 이어진 사업구조를 바꾸라는 가혹한 요구로 중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가가 사적인 기업활동에 관여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한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퀄컴 측은 공정위 조치가 받아들여질 경우 특허료를 산정하는 것이 복잡해지고 각종 분쟁이 발생해 이동통신업계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공정위는 퀄컴이 막대한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불공정한 행위를 벌이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고 공익을 침해한 만큼 과징금과 제조사와 특허료를 재산정하라는 시정명령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퀄컴은 유럽연합(EU)과 대만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불공정행위 조사를 받고 있다. 또 미국법원에서 통신기술 특허료 지불을 거부하는 소송을 제기한 애플과도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삼성전자와 애플, 인텔 등 스마트폰 관련업체의 관계자들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판결이 이들 업체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과 전 세계 당국이 비슷한 이유를 들어 퀄컴에 일제히 칼끝을 겨누고 있는 만큼 법원의 판단이 다른 법정공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