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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카카오톡 검열과 관련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뉴시스> |
다음카카오가 ‘소 잃은’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낼까.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카카오톡의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앞으로 감청영장에 더 이상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번 논란 과정에서 안이하고 미숙하게 대처한 데 대해 사과한 뒤 프라이버시를 우선시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이 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은 카카오톡이 그동안 수사기관의 요청에 대화내용을 제공한 사살이 알려지면서 이용자들이 텔레그램 등 외국산 메신저로 옮겨가는 등 사이버 망명이 잇따라 다음카카오가 최대 위기에 처한 데 따른 것이다.
◆이석우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고 문제가 된다면 벌을 받겠다"
이 대표는 13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본인의 안이한 인식과 미숙한 대처로 사용자에게 불안과 혼란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보안을 철저히 하고 관련 법 제도를 따르는 것만으로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있다고 자만했다”며 “카카오톡을 아껴준 사용자의 불안한 마음을 더 빨리 깨닫지 못하고 최근 상황까지 이른 것을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월7일부터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고 향후에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법적인 처벌이 따르더라도 더이상 감청영장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무집행방해 등 법률적 위반행위라고 하더라도 대표이사인 내가 결정했기 때문에 그 벌을 내가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장 집행과정에서 최소한의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절차와 현황에 대해 외부 전문가와 함께 정보보호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검증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는 올해 연말을 시작으로 투명성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 대표는 “대화내용의 서버 보관 기간을 2~3일로 이미 줄였고 서버에 저장하는 대화 내용을 암호화하는 작업도 올해 안에 마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카카오톡이 이용자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만큼 신뢰를 되찾는 데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외양간 프로젝트'로 신뢰 되찾을까
다음카카오는 지난 1일 합병하자마자 카카오톡 사이버 검열 논란이 불거지며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그동안 카카오가 4년 넘게 쌓아온 이미지는 단숨에 추락했다. 거대 IT공룡의 탄생을 알리며 급등했던 다음카카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카카오톡에 실망한 이용자들이 독일산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갈아타고 ‘가카오톡’이라는 카카오톡 풍자 메신저까지 등장하는 등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았다.
다음카카오로서도 억울할 것이라는 동정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석우 대표 역시 합병 당시 간담회에서 “정당한 법 집행에 협조할 수 밖에 없다”면서 “검찰이 부르는데 안갈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권력의 남용을 탓해야지 국가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기업을 탓하다니”라며 다음카카오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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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
하지만 이용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다음카카오의 초기대응이 미숙했던 탓이다.
다음카카오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제시 된 사이버검열 논란에 대한 질문에 “(수사기관에서 카카오톡 메시지 수색 요청을 한 것에 대해) 보고받은 내용이 없다”거나 “카카오톡의 서버가 암호화됐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식으로 무성의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다음카카오는 뒤늦게 지난 8일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해 공식사과하고 ‘외양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톡의 새로운 사생활 보호기능 도입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때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왔다.
올해 국감에서도 카카오톡 검열논란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13일 법무부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이날 토종 메신저를 벼랑끝으로 몰았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와 관련해 “지금도 카카오톡을 쓰고 있고 외국프로그램을 쓰지 않고 있다”면서 "혹시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다시 점검해서 국민에게 불안을 드리지 않도록 지도감독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석우 대표도 오는 16일 국회 법제사범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검찰의 사이버검열 관련 대책회의 참석 동기 등에 대해 진술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