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제기한 삼성물산 합병 무효소송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재판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받을까?
1심 법원은 문 전 장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지만 합병 무효소송에서 무효판결이 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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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가 7월17일에 일성신약이 제기한 삼성물산 합병 무효소송의 변론을 끝낸다.
법원은 애초 삼성물산 합병 무효소송의 판결을 5월 말까지 마무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을 두고 유착한 의혹이 짙어지자 특검의 수사결과를 살펴봐야 한다며 판결을 마뤘다.
재판부는 박영수 특검의 수사가 끝난 뒤인 4월부터 변론을 재개했으나 5월 말에 열린 7차 변론에서 “문 전 장관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선고가 내려진 뒤 사건 결심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문 전 장관의 판결을 무효소송 판결에 반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일성신약 측 소송대리인은 7차 변론에서 “삼성물산에 불리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한 시기를 골라 합병했다”며 “삼성그룹은 국민연금으로부터 합병 찬성을 유도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가 각종 지원을 약속하고 그 대가로 합병 찬성결의를 얻어냈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측은 “합병시기의 우연성을 가지고 합병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측과 추측에 불과한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문 전 장관의 실형 선고로 합병 무효소송을 다루는 재판부에서 삼성물산 합병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판결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삼성물산 합병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무엇보다도 삼성물산 합병이 2년이 다 돼가는 상황에서 무효판결을 내릴 경우 모든 투자거래를 원상복귀해야 하지만 이를 시행하기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그동안 각 기업들의 무효소송과 관련해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경우 신중한 판단을 내려왔다.
대법원은 2008년에 남한제지 합병무효 소송과 관련해 “관련 법령이 정한 요건과 방법 및 절차에 따라 합병가액을 산정하고 합병비율을 정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합병계약이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법조계는 삼성물산 합병 무효소송에서 이런 대법원의 판례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혐의가 합병 무효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두 회사가 관계 법령에 따라 합병비율을 결정했고 주총에서 합법적으로 합병을 승인받았기 때문에 무효판결이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