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스마트폰 분리공시제 도입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 논의가 활발해지며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LG전자는 스마트폰을 가전제품처럼 판매해도 국내시장에 크게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보고 분리공시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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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왼쪽)과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
그러나 삼성전자는 분리공시제가 도입돼 영업비밀이 모두 드러나게 되면 해외 이동통신사들도 같은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부담이 커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9일 “6월 임시국회 또는 9월 정기국회에서 분리공시제도가 논의될 것”이라며 “LG전자가 적극적인 찬성입장을 밝히며 도입 가능성이 유력해졌다”고 내다봤다.
단말기 분리공시제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제조사가 지급하는 보조금과 이통사가 제공하는 판매장려금을 각각 알 수 있도록 공개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2014년 단통법 제정 당시에도 분리공시제 도입이 검토됐지만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통사가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모두 강력하게 반발하는 입장을 내놓으며 무산된 적이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 가운데 분리공시제 도입을 포함했고 최근 통신기본료 폐지 등 다른 공약들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조사들이 분리공시제 도입에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보조금을 제외한 실제 가격이 공개될 경우 소비자들의 체감가격이 높아져 사실상 출고가를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전처럼 공격적으로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특정 기간에 보조금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마케팅을 놓고도 소비자가 크게 반발할 수 있어 펼치기 어려워진다.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 이통사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공개되면 해외 통신사에서도 같은 수준의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이유도 내놓으며 꾸준히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연구원은 “분리공시제 도입은 스마트폰 판매구조가 일반 가전제품과 같아진다는 의미”라며 “제조사들 사이 가격경쟁이 심화되며 특히 국내 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가 가장 크게 타격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LG전자는 분리공시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분리공시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른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국내 스마트폰시장을 삼성전자가 사실상 독점하는 상황에서 분리공시제가 도입돼도 크게 불리하지 않고 오히려 반등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스마트폰사업에서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돼 강도높은 비용효율화 작업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에 대규모 마케팅비를 들이기 쉽지 않다.
또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상황에서 분리공시제가 도입될 경우 마케팅비 부담은 덜 수 있고 중저가 제품의 시장경쟁력은 더 돋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주력시장인 미국 스마트폰시장에 1분기 점유율이 역대 최대치인 20%를 기록하는 등 사업기반이 굳건해진 점도 국내에서 분리공시제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보완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LG전자의 분리공시제 도입 찬성은 삼성전자와 달리 스마트폰 가격하락에 따른 점유율과 수익성 감소의 우려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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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
LG전자는 조성진 부회장의 취임 뒤 스마트폰사업에서 성능경쟁에 뛰어들기보다 원가절감과 안정성에 주력해 일정한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가전사업에서 성과를 낸 것과 같은 전략으로 스마트폰 유통구조를 자급제 중심으로 운영할 경우 실속을 노리는 소비자들에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분리공시제 도입이 제조사의 보조금 지금을 전반적으로 축소할 경우 외산 스마트폰업체의 진입을 유도해 국내업체들이 점유율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과 일본 소니 등 해외 스마트폰업체들은 보조금 지급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 이통사를 통한 판매에 약점을 안은 만큼 국내시장에서 점유율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동안 이통사와 협력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던 국내 제조사들과 동등한 위치에 놓일 경우 외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진입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분리공시제 등 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은 이전부터 꾸준히 나왔지만 현실성이 떨어져 실행이 어려웠던 것들”이라며 “제조사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