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항공기자산펀드를 꾸려 항공기 대체투자를 늘리고 있다.
항공사들은 항공기자산펀드로부터 항공기를 임대해 항공기 도입에 드는 재무부담을 줄일 수 있다.
대한항공이 항공기자산펀드를 활용해 중형기 도입을 늘려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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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의 보잉787-9 항공기. |
8일 금융투자업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최근 금융시장에서 항공기자산펀드를 통한 항공기 대체투자의 증가에 힘입어 중형기 도입을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자산펀드는 항공기전문 투자회사나 운용회사가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모집해 항공기를 매입하고 이를 항공사에 임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항공사들은 항공기자산펀드로부터 항공기를 임대해 차입금을 낮추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재무구조에 부담없이 항공기를 도입할 수 있다.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채권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는 대신 항공기 등의 대체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최근 국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이 결성하는 항공기펀드에 자금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내 항공기펀드 설정규모는 2011년 216억 원에서 2014년 5178억 원, 2016년 1조3413억 원에 이를 정도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항공기자산펀드를 활용해 재무적 부담없이 중형기 도입을 더욱 늘릴 수 있어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부채비율이 높아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은 1178%였다.
대한항공은 3월 4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해 부채비율을 700%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과 유가라는 불확실성 때문에 부채비율은 지속적으로 대한항공에 부담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항공기 리스 공급이 늘어나는 점은 대한항공에 호재일 수 있다.
이에 더해 일각에서는 항공사들이 항공기자산펀드의 증가로 운용사들 사이에 경쟁이 늘어나면서 대한항공에 유리한 항공기 임차조건을 얻어낼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본다.
대한항공은 최근 중단거리노선에서 저비용항공사 공급이 늘어나는 데 대응해 장거리노선에서 중형기를 투입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저비용항공사들이 공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새 저비용항공사들도 출범을 앞둔 만큼 중형기를 도입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6대의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을 세웠고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각각 2대와 4대를 들여올 방침을 세웠다.
국내에서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6개 저비용항공사가 영업을 하고 있다. K에어와 플라이양양, 남부에어, 에어대구, 에어포항, 프라임항공 등 6개 항공사가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항공기자산펀드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임차조건이 유리해질수록 저비용항공사들이 항공기를 도입하기 쉬워져 경쟁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항공기자산펀드 운용사에 가장 높은 신뢰성을 주는 만큼 국내 항공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자산펀드 운용에서 항공기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우량 임차인 확보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4월 카타르항공이 운항하는 항공기 한 대를 구매 후 재임대하는 방식인 ‘세일앤드리스백’을 통해 매입하는 거래에 570억 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투자는 2026년까지 연평균 5% 중반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DGB자산운용도 중동계 한 항공사가 운항하는 보잉777-300ER 한 대를 매입하는 거래에 550억 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펀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