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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유플러스는 지난달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나우플러스'를 출시했다. <뉴시스> |
간편결제시장이 뜨고 있다.
KG이니시스, 한국사이버결제 등 대형 결제대행(PG)사들이 점령하고 있는 결제시장에 카카오와 네이버 등 후발주자들이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통신사인 LG유플러스가 간편결제 진출을 선언하자 SK텔레콤과 KT도 준비에 들어갔다.
여러 업체들이 간편결제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보다 국내 인터넷쇼핑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올해 인터넷쇼핑시장 규모가 5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간편결제의 확산을 돕고 있다. 지난 3월 ‘규제개혁 끝장토론회’에서 외국인들이 공인인증서 때문에 국내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관련 규제개혁을 약속했다.
정부는 지난 5월 30만 원 이상 전자상거래 때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정을 폐지했다. 지난달부터 공인인증서 대신 휴대폰과 같은 대체 인증수단을 통한 결제도 가능해졌다.
간편결제란 미리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 놓고 물건을 살 때 간단한 인증절차만 거쳐서 결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서비스다. 결제할 때마다 카드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고 그동안 골칫거리로 여겨졌던 ‘액티브X’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해킹 등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보안대책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 간편결제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
인터넷서점 알라딘은 액티브X나 결제에 필요한 추가 프로그램 설치없이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인증’ 결제방식을 도입했다고 17일 밝혔다.
금액인증을 통한 결제방법은 간단하다. 결제 때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입력하면 카드사에서 결제승인 문자 메시지를 보내준다. 문자 메시지에 포함된 6자리 인증번호만 입력하면 구매가 완료된다.
결제할 때마다 카드정보를 입력한다는 점에서 기존 간편결제보다 불편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PC나 모바일에서 간편결제를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알라딘이 내세우는 장점이다.
최근 간편결제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간편결제의 최대 장애물로 지적되던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이 폐지되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간편결제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속속 진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페이나우플러스’라는 자체 간편결제시스템을 선보이며 통신사 중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했다.
페이나우플러스는 최초 1회만 결제정보를 등록하면 그 다음부터는 추가절차없이 결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자결제서비스다. 알라딘처럼 액티브X나 공인인증서 없이도 결제가 가능하다.
LG유플러스는 페이나우플러스를 통한 결제에 걸리는 시간이 3초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인터넷쇼핑몰에서 상품을 고르고 페이나우플러스를 결제방식으로 선택한 뒤 인증을 거치면 결제가 끝난다.
본인인증 수단도 다양하다. 사용자는 6자리 번호를 통한 패스워드방식과 자동응답전화(ARS)를 이용하는 방식, 스마트폰의 패턴잠금을 이용한 방식 등 5가지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국내 간편결제시장을 노린 외국업체들의 진출도 주목된다. 중국 최대 온라인결제기업인 ‘알리페이’는 지난 7월 한국시장 공략을 선포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중국인을 대상으로만 영업하면 국내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로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는 방침을 전달받았다.
여기에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도 ‘아마존페이먼트’라는 결제시스템을 통해 국내시장 진출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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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간편결제가 성공하기 위해선 페이팔처럼 편리함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
◆ 핵심은 보안, 대책 마련 시급해
간편결제가 각광받고 있지만 보안성에 대해 의문은 여전하다. 간편결제가 편리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절차가 생략된 만큼 보안사고 우려가 커지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송윤호 한국사이버결제 대표는 “시장의 우려대로 결제단계가 줄어든다고 해서 보안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간편결제가 확산되더라도 간편함과 안전성 두 가지 모두 조화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업계 전문가들은 간편결제시장이 커지면서 무엇보다도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Fraud Detection System)’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FDS는 24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부정사용이 의심되는 거래를 분석해 걸러내는 결제시스템의 핵심 보안기술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고객이 한 시간 뒤에 미국 뉴욕에서 같은 카드로 결제한 사실이 발견될 경우 결제내역을 고객에게 알리거나 거래자체를 막는다.
문제는 결제를 맡는 국내 51여개 결제대행사들 중 FDS를 구축한 곳이 단 곳도 없다는 점이다. KG이니시스와 한국사이버결제, LG유플러스 등 대형 3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회사 규모가 영세해 FDS를 구축하기 힘들다고 한다.
대형 결제대행사들도 쉽게 FDS를 구축하기 어렵다. 이들이 국내 주요 카드사들 수준의 FDS를 마련하려면 장기간 누적된 거래 정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단기간에 보안대책을 마련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간편결제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려면 우선 사용자들의 보안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선결과제로 꼽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5월 고객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자지갑을 단 한 번도 이용해 본적이 없다고 말한 응답자가 전체의 39.5%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50.4%가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페이팔 등 외국업체들처럼 보안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페이팔이 미국 결제시장을 오랫동안 지배할 수 있는 비결은 일찍부터 보안기술에 투자한 덕분이다.
페이팔은 간편결제 서비스 도입 후인 2001년 해킹 때문에 한 달에 10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자 독자적인 FDS 개발에 나섰다. 2008년 이스라엘의 FDS 기업인 ‘Fraud Sciences’를 인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