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촨푸 BYD 설립자 겸 CEO(왼쪽)가 2010년 4월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에 동행할 경제사절단에 왕촨푸 BYD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 BYD의 미국 진출 가능성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업체가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방식에 열린 태도를 갖고 있어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BYD의 진출 여부에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중국 고위 관료들이 왕촨푸 BYD CEO를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명단에 올릴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측은 공산당에 대한 충성도와 미국과의 거래 성사 가능성을 기준으로 사절단을 선정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차이치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서열 5위)도 사절단 명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구체적 정황도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또한 17일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BYD와 전자기기 기업 샤오미, 배터리 기업 CATL 등 경영진을 경제사절단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사절단 명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추후 변경될 수도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 왕촨푸 CEO가 동행하는 일이 확정되면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차단됐던 중국 전기차업체가 정상급 경제외교 무대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중국산 전기차에 100% 수준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 기술이 적용된 커넥티드카의 수입과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할 방침도 세웠다.

커넥티드카는 무선 통신으로 주변과 정보를 주고받아 자율주행과 내비게이션,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차량을 일컫는 말이다.

커넥티드카 규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서 각각 2027년과 2030년 생산 모델부터 적용된다.

이렇듯 미국 시장에 중국 전기차 진입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세계 전기차 1위 중국 기업인 BYD CEO의 사절단 동행 가능성이 오르내리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BYD는 올해 2분기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13%의 점유율로 테슬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왕촨푸 CEO가 사절단에 포함되면 미국 내 전기차 공장 건설 논의가 오갈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완성차 기업 공장을 미국에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구상을 여러 차례 언급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폭스뉴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곳에 자동차 생산 공장을 열고 싶어 한다면 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일본도 그렇게 한다, 중요한 건 그들이 미국인을 고용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2024년 대통령 후보 시절 블룸버그와 나눴던 인터뷰에서부터 대통령이 된 이후까지 중국 업체의 미국 내 공장 설립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언급했다.

▲ 수출용 BYD 차량이 7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 항구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로이터는 미국 싱크탱크 아틀라스퍼블릭폴리시 자료를 인용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친환경 산업 지원 정책 후퇴로 전기차 관련 설비에서 수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2025년 한 해 동안 모두 200억 달러(약 27조6천억 원) 규모의 전기차 관련 투자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오는 11월3일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신규 투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 방안 가운데 하나로 BYD 공장 건설 허용을 정상회담의 카드로 꺼낼 수 있다.

BYD 또한 극심한 중국 전기차 내수 경쟁에 대응해 유럽과 캐나다를 비롯한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 내 생산 거점을 설립해 북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현재 BYD는 2013년 설립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랭커스터 전기버스 공장만 미국 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하이브리드차 중심으로 이동한다는 점도 BYD의 현지 진출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BYD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모두 제조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BYD는 미국에 차량을 수출하기 위해 멕시코에서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며 “정치적 리스크에도 중국 자동차 기업의 북미 시장 진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BYD의 미국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공장 설립은 현대자동차그룹에 잠재 경쟁 요소로 떠오를 수 있다. 현대차 또한 미국 내 생산 거점을 세우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의 생산 능력을 애초 연 30만 대에서 지난해 ‘2028년까지 연 50만 대’로 늘리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올해 8월에는 연 70만~80만 대까지 확충하는 계획을 내놨다.

이러한 생산 능력에 기반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판매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

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 산하 켈리블루북의 지난 7월23일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올해 상반기 미국 순수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6.9%로 테슬라와 GM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자체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같은 기간 미국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5% 증가한 22만5321대로 상승세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판매 세계 1위인 BYD가 미국 현지에 진출하면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 트럼프 정부가 고용 촉진을 위해 중국 BYD 공장을 유치할지를 두고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현대차와 기아는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USA투데이는 BYD의 미국 진출 가능성을 다룬 기사를 통해 “미국 내 전기차 제조사가 BYD와 가격 경쟁을 하려면 손해를 감수하고 판매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