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빅테크의 AI 설비투자가 위축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요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미나이로 생성한 AI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3년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설비투자 확대 움직임이 주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 추세는 빅테크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높아진 조달 금리에도 AI 투자를 지속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반도체 업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미국 연준은 현지시각 16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3.75&sim;4.00%로 기존보다 0.2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은 2023년 7월26일 이후 약 3년 2개월 만이다.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케빈 워시 의장을 제외한 FOMC 위원 19명 가운데 18명의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4.1%로, 지난 6월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증가는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메타 등 미국 5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사업자)는 최근 막대한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하고 있다.

아마존이 올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약 920억 달러(약 127조 원) 규모로, 만기는 최단 3년부터 최장 40년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구글은 올해 770억 달러(약 106조 원) 정도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지난 2월에는 10억 파운드(약 1조9천억 원) 규모의 100년 만기 회사채를 연 6.125% 금리로 발행하기도 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회사채 발행금액이 2025년 1080억 달러(약 150조 원)에서 2026년 2500억 달러(약 345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면 회사채 발행금리가 더 높아지면서, 향후 빅테크의 AI 설비 투자 움직임이 둔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AI 인프라에 들어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당초 전망보다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보고서에서 "아직 금리가 위험 수위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오른다면 AI 생태계 전체적으로 자금 조달 우려가 커지고 인프라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며 "국내 반도체 기업은 2022년 말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감하리라고 예상을 못했기 때문에 엄청난 과잉 재고에 시달려야 했다"고 분석했다.

▲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와 HBM4(6세대) 전시용 샘플. <연합뉴스>

하지만 다른 편에서는 빅테크가 높은 조달금리에도 AI 투자를 계속 확대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소 높아진 조달금리로 자금을 빌리더라도, 수년 내 투자비를 모두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AI용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투자가 평균적으로 3년 안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날 보고서에서 "현재 20년 장기 회사채의 발행금리가 6.0~7.5% 수준임에도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전례 없는 규모의 AI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AI 서비스에서 창출된 이익 증가를 통해 수년 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AI 인프라 투자 확대 과정에서 메모리 비중이 구조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AI 인프라 투자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6년 40%에서 2027년 57%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위주의 반도체 기업은 환차익이 늘어난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반기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때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반기 기준 4조7516억 원가량 늘어난다고 밝히기도 했다.

9일 1334.7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17일 14시50분 기준 1383.30원까지 오르며 미국의 금리 인상을 전후로 반등하는 모양새다.

문다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현재 대외적 상황을 감안하면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는 환율 상승 압력이 높은 구간"이라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앞으로 더 올릴 것이며, 국제유가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 점이 강달러 압력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