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가 공급과 금융, 세제를 아우르는 부동산 종합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방향은 한층 구체화했지만 규제에 따른 수요 이동과 매물 잠김, 실수요자 피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교한 제도 설계가 과제로 떠오른다.
 
이재명 부동산 대책 '보유세 강화'로는 한계, '15억 이하 쏠림' 대응할 정책조합 한목소리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초고가·다주택자의 보유 부담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15억 원 이하 주택에 집중되는 수요를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양도세 퇴로와 전세대출 규제 보완 등을 함께 담은 정책조합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부 안팎 움직임을 종합하면 정부는 전날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대토론회 등을 계기로 부동산 종합대책의 막판 정리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국민대토론회를 열고 보유세를 강화하되 거주용·서민 및 중산층용·지방 주택에는 감면 요소를 두고 초고가·다주택·투기 목적의 비거주 주택에는 가중 요소를 적용하는 차등 과세 방향을 제시했다.

보유세 강화의 방향은 비교적 분명해졌지만 어느 가격대부터 얼마만큼 부담을 높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려면 현재보다 최소 3배는 올려야 한다면서도 급격한 인상은 거센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적용 범위와 인상 폭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23일 밤 KBS 1TV '뉴스라인 W' 인터뷰에서 시세 3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이 내년부터 늘어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최근 주택가격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실제 서울 강남권과 마포·용산·성동구(마용성) 등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나타났던 상승세가 올해 들어 성북·동대문·서대문구와 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과 경기 일부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최근에는 15억 원 이하 주택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전세와 월세 가격이 함께 오르면서 주거비 부담을 느낀 30대와 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가 대출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아파트 매수로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15억 원 초과 주택의 대출 한도는 가격에 따라 2억~4억 원으로 줄어든 반면 15억 원 이하 주택은 기존 6억 원 한도가 유지됐다.

실제로 대출 규제 뒤 수도권 아파트 거래는 15억 원 이하 주택으로 한층 집중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아파트 거래 가운데 15억 원 이하 주택 비중은 10·15대책 시행 전 89.3%에서 시행 뒤 93.9%로 4.6%포인트 높아졌다.

15억 원 이하 주택은 서울 기준으로 상대적 중저가 구간인 데다 서민·중산층 실거주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유세를 큰 폭으로 높이기 어렵다.

결국 초고가 주택의 보유 부담을 강화하는 것과 별도로 대출 규제로 중저가 주택시장에 집중되는 수요를 안정시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유세 강화와 함께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조정할지도 중요한 문제다.

보유 비용만 높이고 주택을 매도할 때 내는 세금 부담을 그대로 두면 다주택자가 주택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버티는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세 부담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도 보유세 강화와 함께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할 퇴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토론회에서 "보유세를 강화만 하면 안 된다.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며 "매물 잠김 현상이 생기면 정권이 바뀌기를 기다리며 버티겠다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기간에 어떤 방식으로 퇴로를 열어줄지 고민해야 한다며 한시적으로 주택을 처분할 기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일정 기간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낮춰 매물을 시장에 유도하는 방안 등이 종합대책에 포함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부동산 대책 '보유세 강화'로는 한계, '15억 이하 쏠림' 대응할 정책조합 한목소리

▲ 서울 서초구와 용산구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다만 이 대통령이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유예 연장은 없다"고 수차례 공언한 만큼 정책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훼손하지 않는 제도 설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그때 판 사람보다 더 유리하게 해주면 정부를 믿고 처분한 사람이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런 점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규제는 필요성과 부작용을 함께 고려한 속도 조절이 과제로 떠오른다.

이 대통령은 전세대출이 서민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기능과 함께 전세가격과 집값을 밀어 올리는 역할도 했다고 바라봤다. 

정부는 투기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낮추되 무주택자는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세대출이 전세가격과 갭투자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대가 있지만 이를 현재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볼 수 있는지와 규제 속도를 놓고는 신중론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YTN ‘스타트 경제’ 인터뷰에서 서울의 전세가율은 50%를 밑도는 반면 지방은 70~80%에 이르지만 집값 상승세는 서울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전세대출을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김인만 소장은 KBS 인터뷰에서 "전세대출이 전세가격과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부가 집값 상승에 대응해 대출을 무리하게 줄이는 과정에서 세입자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천천히 연착륙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공급 확대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신규 택지 발굴과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도 공급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인정하면서 "지금 단기적으로 한다면 제일 시급한 것은 조세제도"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부동산대책의 성패는 보유세를 얼마나 올릴지보다 고가 주택 과세 강화와 양도세 퇴로, 전세대출 규제와 실수요자 보호를 얼마나 정교하게 조합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만 높여서는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15억 원 이하 주택으로 이동하는 수요를 제어하기 어렵다. 반대로 금융 규제를 지나치게 빠르게 강화하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만큼 가격대와 보유 목적, 실수요 여부를 반영한 세제·금융 대책이 함께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