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들이 물자 수송용 무인기에 구호물자를 싣고 있다. <세계식량계획>
특히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2도까지 더 오르면 기아 상태에 빠지는 국가들이 지금보다 세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현지시각) 국제환경개발연구소(IIED)가 발표한 ‘식량 안보 지수’에 따르면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더 오른 환경이 되면 ‘식량 빈곤’ 상태에 처한 국가의 수가 현재 8개국에서 24개국으로 세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식량 빈곤국은 모두 ‘최빈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된 국가로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콩고민주공화국, 아이티, 모잠비크 등이 포함된다.
이들의 현재 식량 안보 지수 평균은 5.13점으로 확인됐다. 향후 기온상승 수준이 2도에 달하게 되면 식량 안보 점수가 지금과 비교해 11.99%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 세계 162개국의 식량 체계의 안정성을 평가한 식량 안보 지수는 각국의 식량 자원 가용성, 접근성, 영양균형,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 등 4가지 요소를 평가해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가한 지표다.
국제환경개발연구소는 평가를 위해 세계은행,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이 제공한 데이터를 활용했다.
식량 빈곤국뿐 아니라 선진국들도 기온상승으로 인한 식량 체계 타격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대표적으로 식량 수출대국인 미국은 현재 8.74점으로 높은 종합 점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기온이 2도 오르면 약 5% 하락한 8.30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 8.68점에서 0.30점 하락해 8.38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제환경개발연구소는 고소득 국가들의 하락폭이 빈곤국들과 비교해 낮은 이유는 식량을 해외에서 구입해올 여력이 있는 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로는 고스득 국가들도 국내 식량 체계에 입는 타격이 점수 하락폭보다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 국가별 식량 안보 지수를 시각화한 지도. 색이 짙을수록 점수가 낮으며 심각한 식량 빈곤에 처한 지역이라는 뜻이다. <국제환경개발연구소>
바라드와지 연구원은 “하지만 식량 안보가 취약하고 분쟁의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붕괴에 직면하게 되면 그 결과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불안정, 국가 붕괴, 강제 이주 등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이는 국가 안보를 심각하게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제기구에서도 빈곤국의 식량 체계 붕괴가 전 세계적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2026년 식량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안으로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심각한 기아에 처한 인구는 3억1800만 명을 기록해 코로나19 위기 이전보다 두 배 더 늘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이어진 세계 각지의 분쟁과 기후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세계식량계획은 각국이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접목해 공급망을 최적화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식량계획은 “지금 투자된 1달러당 향후 7달러의 손실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은 사전 예방 조치는 재앙이 발생하기 전에 우리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제환경개발연구소 보고서를 접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식량 체계 개선 작업이 시급하다고 바라봤다.
레나토 도미스 고디뉴 ‘세계 기아퇴치 및 빈곤지원기구(GAPHJP)’ 사무국장은 “기후변화는 세계적으로, 특히 이미 회복력이 저해되고 있는 국가에서 기아와 식량 불안정을 야기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번 보고서는 식량 안보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은 식량 체계의 불평등 경향을 더 심화시키고 가장 심각한 결과는 가장 취약한 국가에서부터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