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과 르노삼성차가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무늬만 국산차’ 현상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국내 생산량의 상당부분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미국이 관세압박을 높일 경우 국내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
|
|
▲ 김 제임스 한국GM 사장. |
이런 상황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기업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차량을 더욱 늘리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과 르노삼성차가 올해 국내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입차판매를 늘린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 수입차란 국내 완성차회사가 모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한 차량을 국내에 수입해 상표만 바꿔 판매하는 차량을 말한다.
한국GM은 지난해 국내에서 세단 임팔라, 스포츠카 카마로SS,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볼트를 수입해 판매했다. 올해는 중형SUV 캡티바와 전기차 볼트를 수입해 판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소형SUV QM3를 스페인에서 수입해 팔았고 올해는 소형차 클리오, 전기차 트위지를 수입한다.
한국GM과 르노삼성차가 무늬만 국산차 판매를 확대하는 이유는 직접 생산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견조한 판매실적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GM이 지난해 수입한 임팔라, 카마로는 각각 1만1341대, 666대였는데 전년도 비교해 임팔라 수입량은 64%, 카마로 수입량은 13.9배 늘었다. 지난해 출시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볼트의 수입량은 40대였다.
르노삼성차가 지난해 수입한 QM3는 1만5301대로 전년보다 37.7% 줄었다. 수입물량이 조기에 소진되면서 지난해 연말에 판매량이 줄어든 탓이었다. 올해 3월부터 주문 문량이 들어오면 QM3 판매량이 반등할 것으로 르노삼성차는 보고 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차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무늬만 국산차인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한미FTA 재협상에 나설 경우 국내 자동차업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GM과 르노삼성차는 미국에 수출의존도가 높아 미국이 관세를 올리면서 생산능력을 대폭 축소할 수도 있다.
|
|
|
▲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 |
한국GM은 지난해 41만6890대를 해외에 수출했는데 이 가운데 58% 정도인 24만351대가 소형SUV 트랙스였다. 트랙스의 주요 수출시장은 미국이다.
르노삼성차도 한국GM 못지 않게 미국에 수출을 의존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모두 24만 대를 생산했다. 이 가운데 17만 대가 미국에 수출하는 로그였다. 로그의 생산비중이 66%나 되는 셈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가시화하지 않았지만 한국GM과 르노닛산은 모기업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GM의 경우 미국에서 투자와 현지생산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한국GM이 생산물량을 뺏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런 추세라면 한미FTA 재협상에 나서거나 반덤핑 관세 등으로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유세를 할 때 한미FTA를 “일자리를 죽이는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