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통일교 게이트'가 가시화되면서 여야가 공수를 교대한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폭로로 더불어민주당 쪽도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요구하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찰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에게 출국금지 조처를 내리는 등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여야 '통일교 게이트'로 공수 교대, 국힘 '통일교 특검' 공세에 경찰 수사는 가속도

▲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12일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 일대가 적막하다. <연합뉴스>


12일 여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통일교 게이트'를 오랜 만에 찾아온 정치적 호재로 삼아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일교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은 사람이 누구든, 소속과 직책을 불문하고 예외 없이 조사해야 한다"며 "경찰 수사와 별도로 국회는 즉시 '통일교 게이트 특검'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통일교 특검'을 내걸고 나선 것은 '이제는 민주당 차례'라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월 통일교에서 거액의 뒷돈을 받아 구속된 것도 사실이지만 민주당 쪽은 이제 겨우 수사가 시작된 단계다. 같은 정치권 부패 의혹이라도 여당인 민주당 쪽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은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상판사) 심리로 열린 업무상 횡령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으며 "2017∼2021년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평화서밋 행사를 앞두고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접근)했고 그 중 두 명은 한 총재에게도 왔다 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공세와 별도로 경찰은 이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건희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가받은 국가수사본부는 전날인 11일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윤 전 본부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또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처까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여야 관계없이,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만큼 수사에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으로 일단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통일교 사이 정교유착 의혹을 두고 거세게 공격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김건희 특검은 올해 9월18일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든 서버를 압수 수색해 통일교 신자일 가능성이 있는 11만~12만 명가량의 명단을 추출했다. 여기에 당의 실세였던 권성동 의원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큰절을 하고 1억 원까지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여기에 김건희 특검팀의 '봐주기 수사' 의혹도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김건희 특검팀은 올해 8월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관련 수사를 진행하거나 경찰에 이첩하지 않고 3개월 동안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특검은 9일 언론 공지를 통해 "통일교의 정치인 접촉 관련 내사 사건을 오늘 오후 국수본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8일 브리핑에서 "윤씨로부터 지난 8월 관련 진술을 들었지만 법률상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김건희 특검팀을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여야 '통일교 게이트'로 공수 교대, 국힘 '통일교 특검' 공세에 경찰 수사는 가속도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철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정의수호 및 독재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과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곽규택 의원 등은 11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관련해 김건희 특검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은 정치자금법 위반·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3대 특검이 종료돼가는 시점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2차특검'은 정치적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사 범위 등을 두고 정치권 공방의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당장 국민의힘 쪽은 2차특검의 수사 범위에 민주당과 통일교 사이 정교유착 의혹을 포함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2차특검을 두고 "마침 정청래 대표가 종합 특검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태"라며 "민중기 특검의 직무유기 부분, 민주당과 통일교 유착관계를 포함해 특검을 실시하면 매우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반격했다.

여야 정치권이 통일교 특검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 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힘을 실어 준 데다 관련 사건 공소시효 완료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특검 출범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3대특검도 특검법 6월 제정 후 준비 과정으로 시간이 소요돼 수사 개시까지 약 한 달이 걸렸다. 그동안 경찰 수사가 일정한 결론을 내놓다면 여야의 정치공방은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전선이 그어질 가능성이 크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