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생활가전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 수익성을 확대하는 데 총력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이며 프리미엄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면 올해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본격적으로 키워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절실하다.
◆ 프리미엄 생활가전 B2C시장 경쟁 치열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생활가전시장에서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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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왼쪽)과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 |
삼성전자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7에서 모듈형 세탁기인 ‘플렉스워시’와 모듈형 건조기인 ‘플렉스드라이’를 새롭게 선보였다.
플렉스워시와 플렉스드라이는 상부에 소용량, 하부에 대용량 세탁기와 건조기를 배치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CES2017에서 냉장고, 오븐, 쿡탑, 후드, 식기세척기 등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주방가전 패키지도 새롭게 선보였다.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주방가구업체와 협력해 전시관을 꾸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이런 전략은 사실상 LG전자의 ‘트윈워시’와 ‘LG시그니처’ 등 흥행작을 노려 프리미엄 생활가전시장에서 공세를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2015년 드럼세탁기에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한 트윈워시와 2016년 초고가 프리미엄 브랜드인 LG시그니처를 출시해 프리미엄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삼성전자의 패밀리허브 냉장고와 외관이 비슷한 스마트냉장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초 냉장고에 대형 화면을 부착한 스마트냉장고 패밀리허브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 B2B시장까지 경쟁 예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생활가전 경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월10일부터 12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란도에서 열린 북미 최대 규모의 주방·욕실 관련 전시회인 ‘KBIS(The Kitchen & Bath Industry Show)2017’에 참석해 프리미엄 빌트인 생활가전을 대거 선보였다.
KBIS는 매년 전 세계 2500여개 업체가 참가하고 12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북미 최대 규모의 주방·욕실 관련 전시회로 삼성전자는 2007년 이후 10년 만에 KBIS에 참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인수한 북미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데이코’를 앞세웠다.
데이코는 KBIS2017에서 오븐, 레인지, 후드, 식기세척기, 냉장고 등 기존 북미 프리미엄 빌트인시장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 제품에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기술 등을 더해 2017년형 ‘헤리티지(Heritage)’ 제품군을 새롭게 공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KBIS2017에서 일반에 공개되는 전시관 대신 데이코와 함께 전시공간을 마련해 거래선을 대상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였다”며 “이번 전시회를 시작으로 북미 프리미엄 빌트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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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가 KBIS0217에 마련한 초고가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키친스위트'의 전시관. |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 북미 프리미엄 빌트인시장에 진출한 이점을 적극 활용했다.
LG전자는 KBIS2017에서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협업해 112평 규모의 시그니처키친스위트 단독 전시관과 84평 규모의 LG스튜디오 전시관을 따로 마련해 자체 브랜드를 강화했다.
LG전자는 4년 전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LG스튜디오’로 북미 프리미엄 빌트인시장에 진출한 뒤 지난해 7월 프리미엄보다 더 비싼 초고가 프리미엄 브랜드인 ‘시그니처키친스위트’를 북미시장에 출시했다.
삼성전자가 북미 프리미엄 빌트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만큼 올 한해 빌트인 등 기업간거래(B2B)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 프리미엄 생활가전 수익성 확대에 1등공신
프리미엄제품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생활가전사업의 수익성을 높인 1등공신으로 꼽힌다.
SK증권은 삼성전자에서 생활가전사업을 하는 CE부문 생활가전사업부와 LG전자에서 생활가전사업을 하는 H&A사업본부가 2016년에 각각 영업이익 7510억 원과 1조3691억 원씩 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5년보다 각각 154%와 39%씩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무풍에어컨, 패밀리허브 냉장고 등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했다.
LG전자는 LG시그니처와 LG시그니처치킨스위트 등을 새롭게 선보이며 프리미엄시장보다 한단계 더 나아간 초고가 프리미엄시장에 뛰어들었다.
프리미엄제품은 가격이 비싼 만큼 수익성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LG시그니처 냉장고의 경우 가격이 8499.99달러(약 999만 원), LG시그니처 세탁기의 경우 가격이 1999.99달러(약 235만 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
CE부문 생활가전사업부와 H&A사업본부는 지난해 각각 4.1%, 7.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보다 각각 2.4%포인트, 1.9%포인트씩 오른 것이다.
◆ 서로 다른 이유에서 프리미엄시장 중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프리미엄 생활가전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지만 두 업체는 조금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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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가 KBIS0217에 마련한 초고가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키친스위트'의 전시관. |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지난해 영업이익 7천억 원을 넘게 냈지만 삼성전자 안에서 반도체와 스마트폰사업 등 주력사업과 비교해 볼 때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업이익 규모뿐 아니라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삼성전자 사업부 가운데 낮은 편에 속한다. 삼성전자는 전체 영업이익률이 10% 중반대에 이른다.
하지만 생활가전사업부가 프리미엄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지난해 같은 성장세를 지속한다면 삼성전자에서 주요 수익사업부문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프리미엄시장은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의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LG전자는 생활가전사업에 전체실적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상황이 조금 다르다.
H&A사업본부가 지난해 올린 영업이익은 LG전자 전체의 영업이익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사업의 적자규모가 커졌고 성장동력으로 삼은 전장부품사업이 아직까지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H&A사업본부는 LG전자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 LG전자는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영업이익률이 2%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생활가전사업이 LG전자 전체 수익성을 떠받들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시장은 LG전자에게 반드시 잡아야 하는 시장인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프리미엄 생활가전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만큼 올해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주도권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서로 다른 상황에서 프리미엄 생활가전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확대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