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석유화학산업의 NCC(나프타분해설비) 축소가 본격화한 데다 향후 국제 유가도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 4년간 악화했던 업황이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국내 주요 NCC 업체 가운데 고부가 다운스트림(전방산업) 제품으로 다변화가 잘 이뤄진 LG화학의 실적 회복세가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설비 감축과 유가 안정에 바닥 치나, '고부가 다변화' LG화학 회복 기대 커져

▲ 고부가제품으로 다변화가 상대적으로 이뤄진 LG화학이 글로벌 구조 조정에 따른 석유화학 업황 개선이 이뤄지면서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글로벌 석유화학산업의 설비 감축 본격화에 따른 업황 개선 효과가 이르면 2026년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세계 최대 석유화학 생산국인 중국이 정부 차원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글로벌 차원에서 NCC의 기초유분(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생산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주요한 근거로 꼽힌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 보도를 보면 중국 정부에서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공업화정보부(MIIT)는 석유화학을 비롯해 저부가가치 산업의 만성적 과잉 생산능력 억제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이르면 9월 혹은 10월 중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설계 사용 연한에 도달했거나 가동 기간이 20년을 초과한 화학 생산설비가 감축 대상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석유화학을 비롯해 노후 설비의 폐기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장쑤성과 후베이성을 비롯해 주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NCC 설비 감축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2021년 내놓은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계획이 해를 거듭할수록 구체화하면서 한층 강화되는 모양새다.

신홍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전체 설비 폐쇄 규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우며 구체적 설비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돼야 알 수 있다"면서도 "중국 정부가 내놓은 구조조정 방안에 따른 노후 석유화학 설비 폐쇄 기한이 올해 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NCC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 연구원은 "현재까지 발표된 기준으로 볼 때 폐쇄 혹은 개조될 에틸렌 기준 생산 시설 규모는 742만~1133만 톤으로 중국 전체 설비의 14~20%, 글로벌 기준으로 3~5%에 해당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뿐 아니라 주요 석유화학 제품 생산국인 한국과 일본에서도 NCC 감축이 본격화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중국과 한국, 일본 동북아시아 3국의 NCC를 통한 에틸렌 생산능력은 전 세계의 45%가량을 차지한다.

한국은 정부 주도로 올해 연말까지 NCC의 에틸렌 생산능력 270만~370만 톤 감축을 뼈대로 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대로 진행되면 에틸렌 생산능력은 20~25%가량 줄어들게 된다.

일본은 중국이나 한국보다 앞서 이미 2014년부터 NCC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일본의 에틸렌 생산 규모는 2010년 802만 톤에서 2015년 743만 톤으로, 2020년 682만 톤까지 이미 축소됐다. 

일본은 이에 머물지 않고 2028년 430만 톤까지 36% 추가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유럽에서도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유럽 전체의 30%가량인 687만 톤 규모의 에틸렌 설비 폐쇄가 진행되고 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동북아시아의 NCC 폐쇄 규모를 종합하면 글로벌 시장의 최대 7%에 이를 것"이라며 "글로벌 생산능력이 크게 줄어들면서 업황 회복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내년 유가가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NCC 업황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기초 유분의 원재료인 나프타는 원유의 부산물이어서 유가가 안정되면 NCC 원가가 낮아진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지난 4월 하루 13만8천 배럴의 증산을 시작으로 지난 5~7월에는 증산 폭을 3배로 늘린 데 이어 9월에는 하루 54만8천 배럴까지 확대했다. 기존 계획보다 1년 이상 증산을 앞당긴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 안정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길 원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증산을 주도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에서도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있으나 멕시코만에서 심해 시추를 통한 원유 생산량이 내년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8월 내년 글로벌 원유 공급 과잉 규모를 하루 140만~300만 배럴으로 전망했다. 

EIA에서는 또 내년 평균 유가를 배럴 당 47.75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올해 1~8월 평균보다 19달러나 낮은 수준이다. 반면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의 전력 수요 증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EIA는 미국의 주요 지표인 헨리 허브 기준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내년 평균 4.5달러/MMBTU로 지난해 말보다 2배 이상 급등할 것으로 바라봤다.

이에 따라 원유 대신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기초 유분을 추출하는 에틸렌분해설비(ECC)와 비교해 NCC 설비의 가격 경쟁력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홍주 연구원은 "내년부터 향후 3년 간 천연가스 대비 유가 비율(Oil-Gas Ratio)는 10~14배 수준으로 지난 3년 간 30~34배 대비 대폭 하락할 것"이라며 "이 정도 비율이라면 지난 3년간 최악이었던 NCC의 열위 국면이 해소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NCC 업황이 개선되더라도 범용제품과 달리 중국의 자급률이 아직 낮은 고부가가치 다운스트림 제품 중심으로 실적 회복이 상대적으로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주요 NCC 업체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다변화가 잘 이뤄진 LG화학이 상대적으로 빠른 실적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주요 증권사 추정치를 살펴보면 LG화학의 올해 영업이익은 2조 원대 초·중반대로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은 NCC의 에텔렌 생산 능력이 연 250만 톤가량으로 롯데케미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NCC 업체다. 하지만 고흡수성수지(SAP), 고기능성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ABS), 재활용 플라스틱(PCR)을 비롯한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의 매출 비중이 절반가량에 이른다. 

더구나 LG화학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해 고부가 제품 관련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는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배터리와 관련해 양극재 사업을 미국에서도 크게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올레드(OLED) 소재 사업의 성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업황 설비 감축과 유가 안정에 바닥 치나, '고부가 다변화' LG화학 회복 기대 커져

▲ 롯데케미칼은 기초 유분 비중이 높아 내년 이후 실적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와 달리 주요 석유화학업체 가운데 에틸렌 생산능력 연 330만톤으로 NCC 설비 규모가 가장 큰 롯데케미칼은 기초유분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가량 돼 올해까지는 영업 적자를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원가가 절감되고 설비 축소가 본격화하는 내년부터는 영업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정밀화학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첨단소재부분과 계열사 롯데정밀화학의 회복세도 기대된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을 놓고 "업황 개선과 펀더멘털이 개선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영업손실 5700억 원을 보겠으나 내년에는 영업이익 2490억 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편에선 업황 회복 가능성을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구조조정을 본격화하지만 새로 증설하는 물량도 만만치 않으며 중동 국가들이 신공법으로 기초 유분 생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노후 설비 구조조정이 진행되더라도 향후 3년간 계획된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은 만만치 않은 규모여서 실제 설비 축소가 이뤄질 지는 불확실하다"며 "국내 석유화학의 구조조정 역시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속도가 나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중동 국가들은 부산물이 아닌 직접 원유에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COTC(Crude Oil To Chemicals) 기술을 통해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적으로 NCC 업체에 비해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중장기적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황이 바닥을 다지는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본격적 회복을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시험 단계인 COTC 기술이 완전하게 상용화되기 전에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다음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