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의 모든 것] 상속재산분할 시기와 재개발 분양권

▲ 재개발, 재건축 구역의 지분을 인수하여 공동주택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상속재산분할 시기가 문제 되면, 자칫 분양권을 받을 수 없게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1980년 10월 22일 서울 한복판 770㎡ 도로를 소유하던 한 가장이 세상을 떠났다.

6명의 자녀는 아버지가 남긴 이 땅을 두고, 25년이 지난 2005년에 상속재산분할 협의에 따라 상속등기를 마쳤다. 그사이 해당 토지는 23만 8천㎡ 규모의 대단위 재개발구역에 포함되면서 수십억 원의 개발이익이 걸린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2005년 뒤늦게 상속등기를 마친 상속인들은 각자의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했다.

첫째와 둘째는 각각 308㎡, 231㎡에 해당하는 큰 지분을 팔았고, 나머지 4명은 57.75㎡씩의 작은 지분들을 여러 차례 거래를 거쳐 넘겼는데, 그 결과 각자 지분 면적 115.5㎡를 가진 공유자가 두 명이 추가 되었다. 

문제는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조례에 따라 재개발조합이 분양 대상자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인 '지분 면적 90㎡ 이상' 여부에 따라 지분 양수자가 각자 별도 주택을 받을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는 점이었다.

공유자 4인은 자신들이 이 사건 토지의 공유자로서 소유하고 있는 각 지분 면적이 90㎡ 이상이므로 각자 단독으로 분양 대상자에 해당할 수 있음을 전제로 재개발조합에 분양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조합은 공유자들 전부를 1인의 분양 대상자로 보아 공유자들에게 1개의 주택만을 분양하는 내용 등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2022년 5월 6일 인가를 받았다. 

사건의 핵심은 시점의 문제였다.

구 서울시 도시 정비 조례는 2003년 12월 30일을 권리산정 기준일로 정하고 '기준일 전부터 공유지분으로 소유한 토지의 지분 면적이 90㎡ 이상인 자'에게만 별도 주택 분양 자격을 부여하는 단서 조항을 두었다.

조합설립은 2015년 12월에 이루어졌고 관리처분계획 인가는 2022년 5월에 받았지만, 모든 권리 판단의 기준은 19년 전으로 소급 적용되는 구조였다.

조합 측은 "상속인들이 2005년 5월 20일에야 상속등기를 마쳤으므로, 2003년 기준일 당시에는 등기부상 소유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공유자들이 90㎡ 이상 지분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분양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반면 상속인들과 그 양수인들은 "상속은 1980년 피상속인 사망과 동시에 개시되었고, 2005년의 상속재산분할 협의는 그 시점으로 소급 적용된다"라고 맞섰다.

이에 관해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점을 명확히 했다. "상속은 사망으로 인하여 개시되고,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 의무를 승계하며, 상속재산분할은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효력이 있다"라고 확인했다.

핵심은 "등기를 마쳐야만 비로소 상속인이 그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또한 서울시 조례가 "소유권 취득일은 부동산등기부상의 접수 일자를 기준으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지만, 이는 "부동산 물권의 취득 및 그 시점이 등기에 의하여 정해지는 경우를 전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상속과 같이 법률의 규정에 의해 물권변동이 일어나는 경우까지 등기부 접수 일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분 쪼개기 악용 방지 기준을 구체화했다. 법원은 "공동상속인들이 지분 쪼개기 목적으로 상속재산분할 협의제도를 악용할 경우 그에 기초한 분양신청은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라면서도 "이러한 특별한 사정의 존재는 이를 주장하는 사업 시행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라고 입증책임을 명확히 했다.

특히 구체적인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상속재산분할 협의가 기준일 이후에 이루어지거나 기준일 이후 기존의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해제하고 새로운 협의가 이루어지는 등의 사정으로 인하여 법정상속분 또는 기존의 분할 협의에 따른 상속이 이루어졌을 때 비하여 분양받을 수 있는 주택의 수가 늘어났다는 사실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분 쪼개기의 목적을 사실상 추정할 수 있다"라는 실무적 기준을 마련했다.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은 우선 "망인의 상속인들이 지분 쪼개기를 통하여 분양주택 수를 늘리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라고 전체적인 선의를 인정했다. 1980년 상속개시 시점부터 25년간 지속된 공유 상태와 2005년의 뒤늦은 등기 완료 경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개별 상속인별로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기준일 전부터 90㎡ 이상의 지분 면적을 소유하던 첫째, 둘째로부터 각 지분을 양수한 공유자들은 각각 독립된 1인의 분양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기준일 당시 90㎡에 미치지 못하는 지분 면적을 소유하던 나머지 4명의 상속인으로부터 지분을 양수한 공유자들은 단서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1주택의 공동 분양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최종적으로 115.5㎡씩을 소유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원래 57.75㎡씩 소유하던 2명의 지분을 합친 결과이므로 단서 조항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무적인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앞으로 재개발조합은 토지 등 소유자 확정 시 등기부뿐만 아니라 실제 상속 관계까지 자세히 조사해야 하는 부담이 증가했다. 상속이 개시되었으나 등기가 완료되지 않은 토지에 대해서는 피상속인의 사망 시점, 상속재산분할 협의의 경위와 시기, 개별 상속인의 지분 면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상속인들에게는 양면적 의미가 있다. 한편으로는 상속등기 지연 자체가 권리를 박탈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확해져 권리 보호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준일 이후의 상속재산분할 협의나 기존 협의의 변경에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개발사업 관련 시점에 이루어지는 협의에 대해서는 지분 쪼개기 의혹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재개발, 재건축 구역의 지분을 인수하여 공동주택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들도 주의해야 한다. 상속재산분할 시기가 문제 되면, 자칫 분양권을 받을 수 없게 될 수 있다. 고윤기 상속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의 전문변호사 등록심사를 통과하고 상속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속과 재산 분할에 관한 많은 사건을 수행했다. 저서로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모든 것'(2022, 아템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상속 한정승인 편'(2017, 롤링다이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이야기(2016, 양문출판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