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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
“명품도 실용성을 갖춰야 한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제시한 명품의 새로운 기준은 실용성이다.
김 회장이 노마드(nomad, 유목민)의 특성을 지닌 20~30대 젊은층을 겨냥해 두 손을 자유롭게 해주는 MCM백팩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던 이유다.
그는 가브리엘 샤넬이 여성들의 활동성을 패션에 반영했 듯 명품에도 혁신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꿈꾼다.
◆ "2020년까지 매출 2조 원 달성"
김성주 회장이 28일 논현동 신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0년까지 매출 2조 원을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세계 주요도시에서 성주그룹이 운영중인 매장을 확대하고 유럽본토에 디자인센터를 세우는 등 명품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샤넬 같은 유럽 명품 브랜드까지 MCM 백팩을 따라하기 시작했다”며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하는 새로운 명품의 기준을 만들어 글로벌 명품과 정면대결하겠다”고 밝혔다.
성주그룹은 MCM, 막스앤스펜서 등 고급 패션 브랜드를 거느린 패션기업이다. 국내 면세점시장에서 패션부문 2위의 점유율로 지난달 처음 샤넬을 제치고 ‘빅3’에 들었다. 김 회장이 세계의 패션명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야심은 이런 자신감에서 나왔다.
김 회장은 이날 중장기 사업전략과 함께 구체적 실천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현재 운영중인 300여 개 매장을 2020년까지 450여 개로 확대하고 7천억 원 수준의 현재 매출도 2조 원 대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특히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시장에 주목했다. 그는 “40대 이상이 명품의 주 고객인 유럽과 달리 아시아는 20대부터 명품고객이 나오고 있다”며 “우리가 세운 새로운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지역이 아시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매출 목표액으로 잡은 2조 원 가운데 1조7천억 원 가량의 매출을 아시아에서 올리겠다는 복안을 품고 있다.
김 회장이 현재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페노메논(Phenomenon) 인수를 추진중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본에서 최고급 패션브랜드로 꼽혀온 페노메논은 2010년 MCM과 협력해 한정판 컬렉션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는 “인수가 99% 확정된 상태로 좋은 기술자, 디자이너, 공장을 보유한 회사인 만큼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 브랜드 인수 후 기업공개도 검토
김 회장은 올 하반기 미국, 몰디브, 일본, 프랑스, 바레인, 중국 등 10여 개국에 21개의 MCM매장 문을 연다. 이달 독일 뮌헨매장이 그 첫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MCM은 원래 독일 브랜드로 성주그룹이 2005년 인수했다. 성주그룹은 현재 세계 35개국에 MCM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모바일시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확대하는 동시에 옴니채널을 통해 모바일과 오프라인을 아우르겠다는 전략이다. 유명 아티스트 등과 협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는 “1~2개월 후 인수합병이 최종 확정되면 사업확대를 위해 기업공개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해 증권거래소 상장의 뜻도 내비쳤다.
김 회장은 연구개발(R&D) 센터에 대한 투자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우뚝 서기 위해서 디자인뿐 아니라 품질면에서도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주그룹 R&D센터는 신소재를 연구해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MCM만의 자체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김 회장은 MCM을 핸드백뿐 아니라 의류, 액세러리, 생활소품 등 토탈 컬렉션으로 영토를 넓히기로 했다.
김 회장은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이자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재벌가의 딸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고 ‘마이웨이’를 택해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뉴욕 맨해튼에서 패션 관련 일을 하다 패션사업에 눈을 뜨고 1990년 성주인터내셔널을 차렸다. 구찌, 이브생로랑 등 세계적 명품브랜드를 수입해 국내 패션시장의 고급화를 이끌었다. 특히 MCM 인수 후 세계 여러 백화점에 입점시켜 매출을 5억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업계에서 'MCM 신화의 주인공'으로 불린다. 8월초 재벌닷컴이 밝힌 재산순위에서 2천450억 원으로 194위를 차지했다. 순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상속재산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부를 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