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기기 전문기업 핏비트가 스마트워치업체 페블을 인수하며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독주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스마트워치 강자들이 핏비트의 진출로 점유율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핏비트가 스마트워치 제조사 페블 인수를 거의 확정했다”며 “본격적인 스마트워치 시장진출에 필수적인 운영체제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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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박 핏비트 CEO. |
페블은 팔찌 형태의 웨어러블기기인 스마트밴드를 주력상품으로 하는데 주로 10만 원 이상의 높은 가격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핏비트는 2분기 글로벌 웨어러블시장에서 25.4%의 출하량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샤오미와 애플이 각각 14%와 7%의 점유율로 뒤를 이었다.
핏비트가 페블 인수를 추진하는 가장 큰 목적은 스마트밴드를 넘어 고가의 스마트워치시장에 진입해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페블은 스마트워치시장에서 입지가 미미하지만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핏비트의 사업확대를 위해 효과적인 인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스마트워치시장에서 애플은 2분기 기준 47%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16%의 점유율을 차지한 가운데 페블의 점유율은 3% 안팎으로 6위 정도에 그친다.
스마트워치는 웨어러블기기의 일종으로 고성능 반도체와 자체 운영체제 등을 탑재해 독자적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하며 스마트폰에 연동해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애플은 애플워치와 전용앱을 모두 판매하며 수익을 올린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 ‘기어S3’ 등 제품에 자체개발 운영체제 ‘타이젠’을 적용해 교통카드와 모바일결제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핏비트도 최근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내놓았지만 기본적인 건강관리 외에 다른 기능을 사용할 수 없어 소비자에 외면받았다. 하지만 페블 인수로 운영체제를 확보할 경우 경쟁업체에 본격적으로 맞설 수 있다.
페블의 스마트워치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모두 연동해 알림을 확인하거나 음성으로 메시지에 답장을 할 수 있는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자체 앱스토어를 통한 전용앱도 1만5천 개가 넘는다.
핏비트가 웨어러블시장에서 확보한 강력한 경쟁력을 앞세워 페블 인수 뒤 스마트워치 시장진출을 확대한다면 애플과 삼성전자의 점유율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충분하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페블은 스마트워치시장에서 인지도가 높고 꾸준한 수요층을 확보했지만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핏비트의 인수가 웨어러블시장에 큰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마트워치 3위 업체인 레노버는 모토로라 브랜드로 내놓던 스마트워치 출시를 중단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4위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을 대폭 축소하며 웨어러블기기사업도 위기에 놓였다.
핏비트가 이런 빈자리를 노려 시장진출에 속도를 낸다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사업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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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핏비트와 페블, 삼성전자의 웨어러블기기(왼쪽부터). |
애플워치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만큼 수요를 빼앗길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 하지만 삼성전자 기어 시리즈의 경우 아직 입지가 굳건하지 않다.
애플워치와 비교하면 기어S3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이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디자인과 성능 등 하드웨어만으로 경쟁업체의 스마트워치와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핏비트는 한국계인 제임스박 CEO가 2007년 창업한 웨어러블기기 선두기업으로 지난해 시가총액이 10조 원에 이르는 대기업으로 급성장하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최근 실적부진으로 주가가 급격히 떨어져 시가총액이 2조 원 안팎에 그친다.
페블은 2012년 제품 출시 이전에 투자자금을 지원받는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한달 만에 1억 달러 이상을 모아 화제를 모았다.
전자전문매체 씨넷은 “핏비트와 페블의 웨어러블기기는 모두 사용자에 꼭 필요한 기능만을 제공한다는 호평을 받아왔다”며 “인수가 확정될 경우 애플과 삼성전자 사이의 틈새시장을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