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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면세점 서울점. |
중소중견업체에 배정된 서울 시내면세점은 이번 면세점 입찰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중소중견업체들은 시내면세점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면세점사업의 특성 때문에 자칫 중소중견업체에게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경쟁, 대기업보다 치열
6일 업계에 따르면 신홍선건설, 엔타스듀티프리, 정남쇼핑, 탑시티, 하이브랜드 등 5곳이 중소중견기업에 배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한 곳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신홍선건설은 동대문제일평화시장, 신홍선 등과 손잡고 입찰에 뛰어들었다. 신홍선건설은 동대문 도매상인들을 컨소시엄에 참여시킨 만큼 도매의류와 의류잡화 품목을 주로 취급하는 ‘도매형면세점’을 지향한다.
엔타스듀티프리와 탑시티면세점은 공항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면세점사업의 확장 차원에서 이번 입찰에 참여했다.
엔타스듀티프리는 외식업체 엔타스가 면세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3년 만든 회사다. 2014년 7월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에 출국장면세점, 지난해 5월 인천 구월동에 시내면세점, 지난 9월 인천공항에 출국장면세점을 차례로 열었다.
탑시티면세점은 2015년 3월 인천공항면세점사업자로 선정돼 지난해 9월부터 면세점사업을 하고 있다.
정남쇼핑은 서울 명동에서 10여 년 동안 사후면세점을 운영해온 업체인데 이번에 명동에 있는 정남쇼핑몰을 후보지로 내세워 정식으로 면세점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남쇼핑은 국산 중소기업 제품 판매를 앞세우고 있다.
정남쇼핑 관계자는 “명동에 면세점이 많다고 하지만 명품 등 고급 브랜드만이 아니라 국산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면세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쇼핑몰업체인 하이브랜드는 서울 양재동 하이브랜드몰 안에 축구장 면적의 2.4배 공간을 확보해 면세점을 열고 한국명품관을 운영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이브랜드는 지난해 입찰에 참여했다가 SM면세점에 밀려 쓴잔을 마셨다. 하이브랜드는 올해 탄탄한 재무구조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사업 초기부터 공격적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진창범 하이브랜드몰 총괄부사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시스템은 중소기업이지만 규모는 대기업과 비등하게 가야한다”며 “초기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대규모자금을 투입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중소중견 면세점, 이익내기 쉽지 않아
중소중견 면세점이 이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사실은 동화면세점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3226억 원, 영업이익 15억5800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10.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8%나 급감했다.
동화면세점은 1973년 문을 연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으로 40년이 넘는 업력을 갖고 있다. 광화문 사거리에 있어 입지조건도 좋고 루이비통과 샤넬, 에르메스 등 이른바 3대 명품도 입점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업체들은 여행사들에 높은 송객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동화면세점도 연간 500억 이상을 송객수수료로 지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중소중견 면세점 티켓을 따낸 하나투어 역시 면세점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11월 SM면세점 인천공항점을 열었고 올해 4월29일 인사동점을 완전개장했다.
SM면세점은 올해 1분기에 매출 191억 원, 2분기에 매출 255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 매출 288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이 늘고 있지만 적자는 면하지 못하고 있다.
SM면세점은 1분기에 영업손실 67억, 2분기에 영업손실 75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도 영업손실 59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신규 면세점들이 추가로 문을 열 경우 중소중견 면세점 업체들이 이익을 내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관광객들은 비싼 제품을 상대적으로 싸게 구입하기 위해 면세점을 찾는다”며 “대기업 면세점이 3곳이나 더 늘어나면 원가경쟁력, 상품구성(MD)능력 등에서 치일 수 밖에 없는 중소중견 면세점업체들에게 더욱 가혹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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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서울 시내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 쇼핑을 즐기고 있는 모습. |
◆ 면세점, 수출기업으로 인정 받는 길 열려
이렇게 면세점의 경쟁심화로 이익내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임에도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중소중견 사업자 입찰이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직은 면세점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국내 면세점 50곳의 매출은 8조933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4%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9조1984억)에 육박한다.
전체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것과 동시에 중소중견 면세점업체들이 수출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대외무역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에 따르면 면세점에 납품하는 국내업체들은 면세점이 발급해주는 구매확인서를 통해 수출실적을 인정받고 무역보험, 무역금융, 해외전시회 참가 등 정부지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면세점 또한 수출기업으로 인정받는다.
박진규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이번 대외무역법 시행령 개정으로 면세점이 우리 중소중견기업들의 해외진출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해외시장 개척역량의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기업 면세점보다 중소중견 면세점에 더 호재가 될 수 있다.
중소중견 면세점업체들은 주로 경쟁력 있는 국산상품 판매에 주력하는 것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