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역대 최연소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행정고시 37회로
김주현 금융위원장(25회)과 10기수 이상 차이나는 만큼 젊은피를 앞세워 금융위원회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과제로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사이 무게중심을 잡는 것이 꼽힌다.
▲ 김병환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4일
윤석열 대통령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임으로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을 내정했다.
김병환 내정자는 1971년생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4대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당시 만 55세)보다 2살 가량 젊은 나이에 역대 최연소 금융위원장이 된다.
김병환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로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 가계부채와 부동산PF 연착륙 사이 중심을 잡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꼽힌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양호히 관리하고 있다고 보지만 국제금융협회(IIF)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5%로 주요국가인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글로벌 주요국이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조이며 가계부채를 크게 줄였지만 한국은 그 영향이 크지 않았던 셈이다.
김병환 내정자는 가계부채를 줄여야 하지만 부동산시장을 고려하면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조여야 한다. 다만 주담대는 부동산시장을 떠받치는 주요 요소인 만큼 섣불리 제동을 건다면 고금리에 시름하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돼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도 이같은 문제 의식을 지니고 있다. 금융위가 6월 말 가계대출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 확대적용을 일주일 앞두고 돌연 두 달 미룬 것을 두고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띄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 김병환 내정자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금융시장 상황에 금감원과 긴밀히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2022년 7월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회동을 갖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금융위원회>
김병환 내정자가 유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도 관심사다.
이 원장은 ‘
윤석열 사단 막내 검사’로 취임 이후 끊임없이 총선·내각·대통령실 차출설에 시달렸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일 임원회의에서는 연말 인사를 언급하며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원장은 2022년 취임 뒤 거침없이 금융정책에 의견을 냈고 최근에도 상속세 완화와 배임죄 폐지 등 금융권 전반의 굵직한 이슈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상위기관인 금융위보다 금감원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국정감사 등에서 종종 금융위원장과 배치되는 의견을 말하면서 '엇박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병환 내정자가 ‘역대 최연소’ 금융위원장 타이틀로 대통령 신임을 얻은 만큼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 관계가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김병환 내정자는 1972년생인 이 원장보다 한 살이 많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90학번으로 91학번인 이 원장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이밖에 윤 대통령이 올해 초 화두를 던진 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문제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향방도 주시하고 있다.
김주현 위원장이 줄곧 내건 ‘금산분리 완화’를 어떤 식으로 추진할 지도 관전 포인트다.
김주현 위원장보다
김병환 내정자가 확 젊어진데다 행시 기수도 10기수 이상 차이나는 만큼 금융위 내부에 교체 바람이 불 가능성도 있다. 현재 금융위는 국장급이 40~42회로 1969~1972년생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김병환 내정자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중요한 시기에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늘 시장과 소통하며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산업 발전, 금융소비자 보호, 실물경제 지원이란 금융정책 목표가 조화롭고 균형있게 달성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김병환 내정자는 기재부에서 초고속 승진했고 내부 신망도 두터운 것으로 평가된다.
1971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부산 사직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에는 영국 버밍엄대학교에서 경영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37회 행시에 합격해 공직에 발을 들였고 기재부에서 자금시장과장과 경제정책국장 등을 지냈다. 윤 대통령 당선 뒤에는 인수위원회에 파견됐다가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냈다.
2021년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시절에는 기재부 노조가 선정하는 ‘닮고 싶은 상사’에도 뽑혔다. 이 설문조사는 기재부 장차관의 가늠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환,
박근혜 정부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등 다수의 정부 고위 관료가 기재부 노조의 닮고 싶은 상사로 뽑혔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