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씨가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요지의 보도가 나왔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는 23일(현지시각) 권씨의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마리야 라둘로비치 변호사가 권씨를 한국과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허가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 3월23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되는 권도형(왼쪽). < EPA연합뉴스 > |
두 변호사는 항소장에서 “고등법원의 결정은 근거가 없고 불법이다”며 “법무부 장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등법원과 대법원이 법을 잘못 해석했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이 권씨의 미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는데 몬테네그로 고등법원과 대법원이 이를 가능하도록 짜맞추기 판결을 했다는 것이다.
밀로비치 장관은 2023년 11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권씨 인도국과 관련해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언급하는 등 미국송환에 무게를 둬왔다.
반면 권씨 측은 미국은 100년 이상 징역형이 가능한 반면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40년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한국행을 요구해 왔다.
권씨 측은 특히 몬테네크로 대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권씨 측은 “대법원이 피고인의 법적 이익이 아닌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잘못된 판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말했다. 여기서 제3자는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고등법원 결정 이후 항소법원에서 확정된 권씨의 한국 송환 결정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5일 대법원은 범죄인 인도국 결정 권한이 법원이 아닌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는 대검찰청의 주장을 받아들여 고등법원이 내린 권씨의 한국 송환 결정을 무효화하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사건이 초기화됨에 따라 고등법원은 이미 2023년 11월 이뤄졌던 범죄인 인도 심사 절차를 다시 진행해 지난 8일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허가한 뒤 최종 인도국 결정은 법무부 장관에게 맡겼다.
권씨 측은 “항소법원은 최종심인데 대법원이 최종심의 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할 수 없다”며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최종 결정을 위법하게 취소하고 새로운 절차를 개시하도록 한 대법원의 조치는 유럽인권조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권씨 측의 항소에도 불구하고 항소법원이 최상급 법원인 대법원의 판결에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항소법원이 권씨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사법 절차가 종료되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이 권씨의 인도국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의도적인 시세 조정으로 테라·루나의 가격을 떨어뜨려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50조 원이 넘는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권씨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권씨는 이후 아랍에미리트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왔고 2023년 3월23일 현지 공항에서 위조 여권이 발각돼 체포됐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는 2024년 3월23일 형을 마치고 출소한 뒤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