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이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참석한 가운데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관련 대응방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
[비즈니스포스트]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위험이 시장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태영건설에 돈을 내준 금융권은 이번 워크아웃으로 입는 피해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 브리핑에서 “태영건설은 자체 사업 비중과 부채 비율이 높다”며 “자기자본 대비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도 커 태영건설 특유의 문제인만큼 건설업 전반의 문제로 보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6위의 중견 건설사다. 하지만 PF사업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보증채무비율이 과도해졌고 이 가운데 만기가 다가오는 PF대출의 만기연장·차환이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이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김 위원장은 태영건설이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을 짚으며 금융권 전반 위험 전이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자기자본대비 PF보증 비중은 9월 말 기준 374%로 현대(122%)이나 GS(61%), DL이앤씨(36%), 포스코이앤씨(36%) 등 다른 주요 건설사보다 월등히 높았다.
김 위원장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등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워크아웃과 관련해서는 이미 준비된 계획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브리핑에 앞서 기획재정부와 KDB산업은행,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과 대응방안을 두고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워크아웃과 관련해서는 태영건설의 자구노력과 채권단 합의에 바탕을 두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그는 “앞으로 워크아웃 과정에서 당사자인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유도하겠다”며 “채권단과 원만한 합의와 설득을 통해 시장 참여자의 신뢰와 협조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산은에 별도 자구책을 제출했다. 지금까지는 태영 인더스트리 매각 등 1조 원 가량의 자구노력을 해 왔다.
김 위원장은 태영건설 밖에도 부동산경기 침체로 불거질 수 있는 부동산PF 위기는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안정돼 있다”며 “내년에는 수출회복 등 거시경제 여건 개선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돼 위험요인을 관리하면 현재 부동산PF·건설업 불안요인을 슬기로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에 돈을 빌려준 금융권은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장기차입금(부동산PF 등)은 9월 말 기준 1조4942억 원, 단기차입금은 6608억 원으로 집계됐다.
산은이 단기차입금 710억 원, 장기차입금 1292억 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줬다. 그 뒤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과 보험사, 상호금융 등 다양한 금융사가 태영건설에 대출을 내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태영건설 PF로 나간 금액은 100%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됐다”며 “해당 사업장도 분양계약률도 파악하기로는 90% 이상이고 공정률도 80% 이상이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떤 은행이든 분양률이 좋거나 분양도 다 끝난 것이라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보증을 끼고 있는 사업장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단위금고는 한 채무자에 50억까지만 대출을 해 줄 수 있다”며 “태영건설에 나간 돈은 금고 공동대출로 용인중앙새마을금고가 대표로 태영건설 공시에 표기됐고 확인 결과 HUG에서 보증을 받는 등 채권 회수를 위한 조치는 다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향후 이목은 산은으로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은 이날 제1차금융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하고 내년 1월11일까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결의절차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열쇠는 산은이 쥐고 있다”며 “산은이 주채권은행인만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지가 중요하며 이에 따라 다른 금융권도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